최근 삼성전자 사내 복지 제도를 통해 'SK하이닉스 입사 문제집'을 구매한 사례가 급증했다는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실제 구매량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임직원 전용 복지몰 '베네포유'를 운영하는 삼성카드는 논란이 일자 해당 문제집을 구매 목록에서 제외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네포유는 DS(반도체)·DX(완제품) 부문 구분 없이 임직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19일 삼성전자 '베네포유' 내에서 SK하이닉스 입사 문제집 모두를 구매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그간 세 종류 안팎의 SK하이닉스 입사 문제집을 구매할 수 있었는데, 이를 모두 막은 것이다. 삼성전자 복지몰에서는 '도서 특가'라는 항목을 통해 임직원들이 여러 도서를 살 수 있는데, 삼성카드는 일부 도서를 품목에서 제외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비롯해 여러 온라인 채널에서는 "삼성전자 복지몰 도서 베스트셀러가 SK하이닉스 최신 기출 문제"라는 취지의 글이 화제가 됐다. 이 글에는 SK하이닉스 입사 문제집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사이트 화면 이미지가 함께 첨부됐다. 하지만 문제의 사진은 베네포유 화면이 아니고, 교보문고 화면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카드는 삼성전자 복지몰에서 경쟁사 이직에 도움이 되는 도서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논란이 확산하지 않기 위해 별도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복지몰 위탁사로서 회원사의 임직원들에게 필요한 품목을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삼성전자 직원들에 따르면 지난 4월 초중순 무렵 사내 복지몰에서 도서 구매가 많은 순으로 항목을 정렬하면 SK하이닉스 입사 문제집이 상위권에 노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의 전임직(생산직) 채용 모집 시기(4월 13~22일)와 맞물린다. 판매량 순위에 올랐던 문제집은 고등학교·전문대 졸업자가 지원할 수 있는 메인트(Maintenance)·오퍼레이터(Operator) 직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메인트는 반도체 제조 장비의 유지·보수와 생산 라인 운영을 맡고, 오퍼레이터는 제품 품질 시험과 불량 요인 검사 등을 담당한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한 직원은 "사내 구매 사이트에서 'SK하이닉스 기출 모음집'의 구매량이 높게 나타나 꽤 오랜 시간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삼성전자 직원들이 이 같은 문제집을 구매한 사례는 드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카드는 삼성전자 복지몰 외에도 이와 유사한 사이트를 여럿 운영하고 있는데, 각종 사이트의 전체 구매량 등을 반영해 순위를 노출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이 별도로 운영하는 '책in업'을 통해서는 SK하이닉스 입사 문제집을 구매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책in업은 여러 도서 유통 채널에서 월마다 일정 금액의 도서 구입이나 e북 구독료를 지원하는 제도다. 도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4월 초·중순 삼성전자 복지 제도를 통해 SK하이닉스 입사 관련 서적을 구매한 사례가 유의미한 증가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임직원에게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이직을 시도하는 직원들이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대졸 사무직에서 SK하이닉스 상시 경력 이직을 노리는 직원들이 많아졌고, 실제 이직에 성공한 동료들도 있다"며 "생산직 역시 SK하이닉스로 옮겨 단시간에 확실하게 보상을 받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도 인력 유출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해 왔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 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 "SK하이닉스로 이직한 조합원이 최근 4개월 동안 2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