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 노조) 지도부의 막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승호 초기업 노조 위원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회의 직후 노조 소통방에 "(현재 상황이)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 고민을 해보자"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 좀 너무하다. DX(완제품) 솔직히 못 해 먹겠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이후 최 위원장은 다른 조합원 소통방에 "집행부에 하소연 글 잘못 올려 죄송하다"라며 수습하기도 했다.
당초 초기업 노조를 비롯해 전삼노·동행은 공동투쟁본부를 꾸리고 총파업 돌입 등을 함께 기획해 왔다. 동행은 4일 '소통 부재' 등을 이유로 공동투쟁본부 이탈을 선언한 바 있다. 또 전날에는 전삼노·동행 집행부가 2차 사후조정 회의가 이뤄지던 중노위 교섭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DX 부문 직원 5만명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송이 초기업 노조 부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이 부위원장은 조합원이 모인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삼성전자는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 "분사 각오로 전달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하자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분사' 등을 언급한 취지를 묻는 일부 조합원과의 대화에서는 "회사 죽빵 한 대 갈기고 싶다" "원한다면 깡패가 되겠다" "감방 보내면 책도 읽고 운동 좀 하고 오겠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 부위원장은 논란이 커지자, 기업 자체를 없애자는 뜻이 아니라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관행을 바로잡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 DX 항의 직후 "노조 분리 고민"… "사측 분리 발언엔 반발하더니" 비판
최 위원장의 노조 분리 발언을 두고 사내에서도 초기업 노조의 기존 주장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이중적 잣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기업 노조는 지난 3월 12일 사측 교섭위원들이 '반도체 노조 분리'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이를 문제 삼아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냈다. 당시 초기업 노조 측은 사측이 DS·DX 부문 분리를 전제로 교섭 조건을 달리 적용하거나 이를 유도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불과 두 달여 만에 최 위원장이 스스로 '노조 분리 고민'을 직접 언급하며 입장을 바꾼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사측의 분리 시도에는 반발하다가, 내부 문제가 커지자 자신이 분리를 거론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이런 이중적 태도가 노·노(勞勞) 갈등을 키운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DX부문 조합원 5인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는 지난 15일 법무법인 노바를 통해 초기업 노조를 상대로 '2026년 임금·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수원지방법원에 접수했다. 최 위원장의 'DX 홀대'가 법적 분쟁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 파업 불참자 압박 논란…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최 위원장은 또 파업 참여를 강제하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왔다. 그는 지난 3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회사를 위해 근무하는 자가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 추후 조합과 협의가 필요한 강제 전배나 해고에 있어 이들을 우선 안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에도 최 위원장은 '4·23 투쟁 결의대회를 마치며'라는 입장문에 "다가올 총파업에서조차 끝내 사측의 편에 서서 동료들의 헌신을 방해한다면 더 이상 당신들을 동료로 바라보기 어렵다"고 적어 논란이 됐다.
초기업 노조는 조합 미가입자 명단을 작성해 관리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부 직원이 노조 가입 사이트의 사번 중복 확인 기능을 악용해 특정 임직원의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한 점을 파악했다. 부서명·성명·사번 등 개인정보가 표기된 명단이 유포된 것으로 보고, 지난달 9일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초기업 노조가 앞서 파업 불참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만큼, 이 명단 작성에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 총파업 앞두고 해외 휴가… 비공개 조정 녹취 공개도 논란
초기업 노조 지도부의 도덕적 해이도 도마에 올랐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평택 반도체 사업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직후 일주일간 태국으로 휴가를 떠났다. 휴가 중 노조 홈페이지에 파업 불참자를 겨냥한 강경 입장문을 올리자, 노조 내부에서도"조합원에게는 희생을 요구하면서 지도부는 휴양지에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이 정부 중재 비공개 회의 대화 녹음을 외부에 공개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초기업 노조는 지난 12일 중노위가 중재한 1차 노사 사후조정을 진행했다. 최 위원장은 협상 결렬 선언 후인 15일, 노사 간 견해차를 좁히려는 중재 위원과의 대화 내용을 언론과 조합원에 공개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가 노사 이견을 조율해 파업을 막으려 한 정부 노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논란의 배경에는 대의원회가 없는 운영 구조가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초기업 노조는 2023년 1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대의원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교섭·징계·예산 집행 권한이 소수 집행부에 집중돼 있는 구조다. 조합원 수가 7만명 안팎으로 커졌지만 대의원회가 없는 상태라 내부에서 지도부를 견제하기 어려워 DX 홀대나 조합원 제명 등의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직책 수당 신설 역시 이런 초기업 노조 운영 방식에서 불거진 문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초기업 노조는 지난 3월 총회에서 월 조합비의 5%를 집행부 직책수당으로 편성하는 규정을 제정한 뒤 찬반 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집행부 수당 신설 안건이 함께 포함된 것을 두고 일부 조합원은 "쟁의 찬반과 별개 사안인 수당 규정을 끼워 넣어 묻어가기 식으로 가결시킨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초기업 노조 개정 규약 제48조에 따르면 위원장은 조합비의 최대 10%까지 임원 및 부서·지부 소속 인원의 직책수당으로 편성할 수 있다. 집행 인원이 8명 이하일 경우 5%까지 편성 가능하다. 조합원 7만명이 월 1만원씩 조합비를 낸다고 가정하면, 월 조합비는 약 7억원이다. 이 중 5%인 3500만원이 직책수당 재원으로 잡힐 수 있는 것이다. 직책수당을 받는 집행부 인원이 회계감사(1명)를 포함해도 6명인 점을 고려하면, 1인당 평균 월 580만~7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초기업 노조 집행부는 이른바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대상자로 회사 급여를 받고 있는데, 조합비로 별도 수당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