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파업 위기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가 아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 이후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성과 연동 보상을 강화하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보상 구조의 투명성과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보상 체계는 성과급 산식, 지급 구조, 상한선 운영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계약연봉을 20분할해 월급과 상·하반기 목표인센티브(TAI)로 지급한다. 여기에 매년 초 사업부 실적에 따라 초과이익성과급(OPI)이 별도로 지급되는 구조다. OPI는 연봉의 최대 50% 한도 내에서 책정되며,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반영한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사업부별 지급률이 결정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기본급 외에 PI(생산성 격려금), PS(초과이익성과급), 특별성과급이 실질 보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PI는 연 2회, 통상 기본급 100% 안팎으로 지급된다. 핵심은 연초 지급되는 PS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AI 메모리 호황과 특별성과급이 더해지면서 체감 보상이 크게 뛰었다. 업계에서는 특별성과급 등을 포함해 1인당 연간 수억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 간 갈등의 본질은 성과급 산정의 투명성 문제다. EVA는 주주 자본비용까지 반영한 개념이지만, 구체적인 산식과 비용 반영 기준은 공개되지 않는다. 실적이 개선돼도 회사가 자본비용을 높게 반영하면 성과급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직원들로서는 본인의 보상을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연동 구조를 강화해 실적만으로도 성과급 규모를 어느 정도 계산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예측 가능성의 차이가 삼성전자 내부의 박탈감을 키운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보상의 '천장' 차이도 체감 격차를 벌렸다. 삼성전자는 OPI 지급률이 연봉의 50%를 넘지 못하는 상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급 지급 한도를 사실상 크게 완화했다. 같은 업황 호조 속에서도 삼성전자 직원들은 상한 구조에 묶인 반면, SK하이닉스는 특별성과급까지 더해지며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 수준까지 보상 격차가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의 분위기도 이를 반영한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기회만 되면 SK하이닉스로 옮기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경력이 짧은 저연차일수록 이직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삼성전자이면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봤는데, 이제는 SK하이닉스 지원자가 워낙 많아 채용 문턱 자체가 높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와 안정성이 보상 불만을 상쇄했다. 하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이 SK하이닉스로 기울고 실적 격차도 벌어지면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보상 체계가 인재 유치의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성과급 규모 자체보다 "실적 개선이 내 보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삼성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버티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핵심 인력일수록 실적과 보상이 얼마나 직접 연결되는지를 훨씬 민감하게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