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1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노사 갈등이 다시 격화하는 분위기다. 노조 측에서는 정부의 긴급조정 가능성이 거론된 이후 사측이 기존 중노위 중재안보다 후퇴한 수정안을 제시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법원이 삼성전자 측의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총파업 국면에도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삼성전자 사내 메신저에서 총파업 참여 의사를 뜻하는 '파업 닉네임'을 설정한 인원은 4만8797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전 4만3000명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참여 의사 표시가 급증한 셈이다. 노조 측은 실제 총파업 참여 규모 역시 5만명 안팎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장 분위기도 예년 노사 갈등과는 사뭇 다르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과거에는 주니어 직원 중심의 불만 표출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책임·파트장급 등 중간관리자 실무 리더들까지 공개적으로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성과급 액수 자체보다 회사가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실망이 더 크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특히 DS(반도체)부문 내부에서는 성과급 산정 기준과 보상 구조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불만이 누적돼 왔다는 평가다.
노조의 반발은 전날 사측이 제시한 수정안 이후 더욱 커진 분위기다. 노조 내부에 공유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일 1차 사후조정 당시 중노위는 '경제적부가가치(EVA) 20% 기반 OPI 유지(상한 50%)'와 함께 'DS부문 매출·영업이익 1위 달성 시 영업이익 12% 재원을 활용한 특별포상'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17일 사측은 '영업이익 10% 또는 EVA 20%' 기준의 OPI 체계와 함께 'DS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이상 달성 시 영업이익 9~10% 재원을 활용한 별도 보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용 기간 역시 기존 '유사 수준 경영성과 달성 시 지속 적용'에서 '3년 지속 이후 재논의'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이를 사실상 기존 중재안보다 후퇴한 제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노조 측은 정부가 긴급조정권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사측 태도가 강경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내부 공지망에는 "중노위 중재안보다 더 후퇴한 안을 회사가 다시 들고 나왔다" "긴급조정권을 무기처럼 활용해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내부 여론이 완전히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 게시판 일각에서는 "파업이 장기화되며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실익보다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강경 기류는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법원이 삼성전자 측의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음에도 노조 측은 예정대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초기업노조 등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마중은 입장문을 통해 "법원이 범위 부분에서는 사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지만, 인력 부분에서는 노조 측 주장을 인용했다"며 "예정된 21일 총파업은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 내부에서도 "가처분 배상액이 하루 1억원이라 해도 전체 노조원이 나누면 개인 부담은 크지 않다"는 반응이 공유되는 등 총파업 강행 의지가 유지되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법원의 일부 인용 결정과 정부의 긴급조정 가능성 언급 등이 이어지면서 총파업 동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약화되거나 장기전 국면에서 내부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