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일이 불과 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사가 오는 18일 2차 교섭에서 '마지막 담판'에 나서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한 가족'으로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한 것을 계기로 노사가 극적 타결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파업 앞둔 삼성전자, 18일 마지막 담판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오는 18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서 열리는 2차 사후 조정 회의에 참석한다. 파업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담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13일 중노위 중재로 사후 조정을 진행하고 협상을 벌였으나,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결렬됐다.
노사는 교섭에 성실히 협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사측 대표 교섭위원을 기존 김형로 부사장에서 여명구 DS(반도체) 피플팀장으로 교체했다. 여 팀장은 반도체 사업 부문의 인사 총괄 책임자다. 삼성전자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는 "사측이 교섭대표 교체 요구를 수용해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 역시 교섭 과정의 이해도를 위해 김 부사장이 발언 없이 조정에 참여하도록 해달라는 사측 요청을 수용하는 등 노사가 한 발짝 물러서며 성실 교섭을 이어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날에는 이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노조를 향해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고 다독였다. 이 회장은 지난 16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귀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다.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면서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 고객 여러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올린다"고 했다.
◇ 정부 긴급조정권, 변수로 부상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고정 지급하고,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는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존 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되 업계 1위 달성 시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는 특별 포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영업이익 15%는 올해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300조원)를 고려하면 45조원이다. 반도체 임직원 평균으로는 6억원에 육박한다.
이 회장의 호소에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총파업 시 긴급조정권을 쓸 가능성을 언급, 노사가 극적으로 협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 김 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을 고집하기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면 정부는 긴급조정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국무총리 담화문을 확인했고, 노사 화합이 될 수 있도록 사후 조정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노조는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의 파업에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노조는 즉각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고 30일간 파업이 금지된다. 이 기간 파업 행위를 계속하면 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을 수 있다. 30일간 노사는 협상을 재개해야 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중앙노동위원장 직권으로 중재 회부가 결정된다. 중재안이 나오면 노사는 이를 따라야 한다.
1963년 긴급조정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실제 발동된 사례는 총 네 번이었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7월 현대그룹노조총연합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파업 때다. 2016년 현대차노조 파업 때는 긴급조정권 공표를 예고하자 노사가 극적 합의를 이뤄 발동되지 않았다. 노동계는 긴급조정권 발동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하게 밝히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긴급조정권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사실상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