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노동조합 파업 일주일을 앞두고 '비상 관리' 상황에 돌입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노조 파업에 따라 대규모 생산 차질과 품질 이슈 발생을 우려해 비상 관리 체제에 돌입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파업 이전부터 생산량·품질관리 등을 시작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밝은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품질관리를 위해선 생산량을 파업 이전에 조정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품질 이슈가 생기면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 일찍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비상 관리 상황에 돌입하는 데 따른 손실 규모만 최소 10조~2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만약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이 전면 인용돼 파업 진행이 안 되더라도 이미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전날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제2차 심문 기일을 진행한 수원지방법원은 늦어도 노조의 총파업 돌입 하루 전인 이달 20일에는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파업으로 삼성전자 제조공정이 전면 중단될 경우 직·간접적 손실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파업 참가 신청자는 약 4만3300명으로 알려졌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파업이 18일간 지속될 경우,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의 재가동 및 정상화 과정에 추가로 2~3주가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AMD·구글·메타 등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D램 수요는 현재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의 18일간 총파업으로 글로벌 메모리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위축돼 중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공백을 CXMT(창신메모리)·YMTC(양쯔메모리) 등이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업에 따른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긴급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거나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를 말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노위 조정 및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이 기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중노위 위원장 직권으로 중재 회부가 결정된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7월과 12월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에서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긴급조정권 발동은 파업 시작 후 이뤄졌으나,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반도체라는 특성을 반영해 파업 전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