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KT가 전국 휴대폰 유통점에 중고폰 매입 시세표를 부착하고 매일 가격을 업데이트한다. 통신사들이 이미 보상판매와 제휴 플랫폼 등을 통해 중고폰 회수 창구를 운영해온 가운데, KT는 오프라인 매장에 자회사 중고폰 브랜드의 일일 매입가를 공개해 중고폰 거래의 가격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달 중순 이후 전국 휴대폰 유통점에 중고폰 매입 시세표를 부착하기로 했다. 시세표에는 KT 자회사 KT엠앤에스의 중고폰 브랜드 '리본(ReBORN)'이 제시하는 주요 단말 매입 가격이 담긴다. 소비자는 매장을 방문해 보유한 스마트폰의 예상 매입가를 확인할 수 있다. 통신사 가운데 전국 유통점에 자사 중고폰 매입 시세표를 매일 공개하는 방식은 KT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단말기 가격 상승으로 중고폰 거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이 100만원 중후반대에서 많게는 200만원대까지 오르면서 구매 부담이 커졌고, 기존 단말을 되팔아 구매 비용을 낮추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KT는 전국 유통망을 활용해 기존 중고폰 회수 창구를 가격 공개형 상담 채널로 고도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고폰 가격은 신제품 출시 시기, 재고 상황, 글로벌 수요, 단말 상태 등에 따라 변동 폭이 크다. 그동안 소비자는 중고폰을 팔 때 실시간 매입 시세를 확인하기가 어려워 대리점이나 중고폰 매입업체가 제시하는 가격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같은 모델이라도 업체별 매입 가격 차이가 컸고, 검수 기준에 따라 실제 보상 금액이 달라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KT가 매장에 매입 시세표를 공개하면 소비자가 매입가를 직접 확인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중고폰 거래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입장에서도 단말 판매와 요금제 가입 상담에 더해 중고폰 매입 상담까지 제공할 수 있어 방문 고객을 늘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KT가 우선 공개하는 시세는 자회사 리본 기준 매입가로 한정된다. 중고폰 시장 참여 업체가 많아 단일 기준 시세 체계를 만들기 어려운 만큼, 자회사 매입가를 먼저 공개하는 방식이다. KT는 향후 주요 중고폰 업체 2∼3곳의 시세표도 함께 부착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은 이미 중고폰 회수와 재유통 사업을 확대해왔다. SK텔레콤은 중고폰 ATM 사업으로 알려진 민팃과 연계해 오프라인 회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고, LG유플러스는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중고폰 플랫폼 '셀로(SELLO)'를 운영하고 있다. KT 역시 자회사 리본을 통해 중고폰 매입·재유통 사업을 해왔다.

이번 KT의 시도는 중고폰 매입 자체보다 가격 공개 방식을 오프라인 유통망에 결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민팃은 ATM 기반 회수 모델, 셀로는 온라인 플랫폼 성격이 강한 반면, KT는 전국 대리점·판매점에서 소비자가 당일 매입가를 확인하고 상담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중고폰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통신사들도 단말 판매를 넘어 회수·재유통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앞으로 대리점이 요금제 가입과 단말 판매뿐 아니라 지역 기반 중고폰 거래 상담 창구 역할까지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