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통신사 대리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뉴스1

"코로나19 이후 온라인과 직영 채널 활성화로 판매 대수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요즘에는 성지를 제외하고는 한 달에 50대 팔면 많이 파는 대리점입니다. 월 임대료 400만원에 직원 2명을 쓰면 대략 1100만원의 고정비가 들어갑니다. 통신사가 지급하는 추가 인센티브를 받아야 매장 운영이 가능합니다. 단말기 가격까지 오르니 판매 대수가 더 줄겠네요."(서울의 A 통신 대리점주)

"오프라인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해 떼돈 버는 시절은 갔습니다. 요즘은 사업체 유지를 위해 생사를 오가는 기분입니다. 이 정도로 힘든 적은 없었습니다. 해킹이라는 잘못은 본사가 해놓고 열심히 영업해 받던 관리 수수료마저 끊겼습니다. 통신사들은 온라인과 차별적으로 판매장려금을 뿌리고 있습니다. 단말기 교체 주기는 길어지는데 단말기 가격까지 오르니 악재가 끊이질 않네요."(서울의 B 통신 대리점주)

이동통신 대리점주들이 이어지는 악재에 곡소리를 내고 있다. 해킹 여파로 관리수수료가 줄었는데, 단말기 가격까지 오르자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수수료는 통신사가 대리점에서 유치한 가입자에 대해 5년간 지급하는 돈인데, 해당 가입자가 대리점에서 이탈하면 지급이 중단된다. 지난해 SK텔레콤과 KT 해킹 사고로 위약금 면제 정책이 시행되면서 유치했던 고객들이 통신사를 대거 갈아탔다. SK텔레콤은 70만명 이상, KT는 31만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지난해 7월 말 단통법이 폐지됐지만, 통신사에서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은 큰 차이가 없다. 단말기 유통사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는 통신사 간 경쟁 제한을 없애서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 축소와 가계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지만, 시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했다.

13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통신 3사의 최신 플래그십 단말기 판매 시 대리점주에 지급되는 판매장려금은 단통법 폐지 전후로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줄었다.

SK텔레콤의 경우 작년 3월에는 삼성전자 갤럭시S25 울트라를 대상으로 10만9000원 요금제로 번호이동하는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대리점주에 35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올해 3월에는 갤럭시S26 울트라를 대상으로 동일한 요금제를 이용하는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17만원의 장려금을 줬다.

작년 3월에는 애플 아이폰16 프로맥스를 대상으로 10만9000원 요금제로 번호이동하는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25만원의 판매장려금을 줬는데, 올 3월에는 아이폰17 프로맥스를 대상으로 10만9000원 요금제로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10만원의 판매장려금만 돌아갔다. 협회는 SK텔레콤은 판매점에 월간 통합 인센티브를 주고 있어 기본 소매 장려금을 기준으로 비교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대리점주들은 통신사의 이익을 위해 판매장려금이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 책정돼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통신사들의 장려금을 살펴보면 10만원 전후 요금제와 저가 요금제 유치 간의 금액차가 크다. 결국 더 많은 장려금을 받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비싼 요금제를 권할 수밖에 없는 구조고, 이는 가계부담으로 이어져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한 통신사 대리점주는 "통신사들이 사실상 10만원 이상 요금제에 집중적으로 장려금을 많이 줘, 대리점 입장에서는 해당 요금제를 소비자에게 권할 수밖에 없다"며 "통신사는 온라인이나 직영에서 저가 요금제를 대상으로 장려금을 더 주고 있어 대리점에 불리한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가 기본 장려금을 낮게 해놓고, 특정 판매 건수를 달성해야만 주는 인센티브는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리점주는 "통신사들이 공통지원금(3사가 단말기마다 부여하는 지원금)을 풀어 경쟁해야 하는데 해킹처럼 이벤트가 있지 않는 이상 공통지원금이 담합 수준으로 유사하다"며 "경쟁을 대리점 몫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들 역시 답답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킹 수습 여파로 이익은 줄고 가입자를 늘릴 여력도 크지 않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올 1분기 연결기준 합산 영업이익은 1조2926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4.5% 감소한 수치다. 통신 3사의 합산 매출은 14조97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단말기 신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폴드7과 플립7을 포함해 1년 전 출시한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고객들의 회선 유지 기간이 길어지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신규 고객과 기기변경 실적이 둔화되고 수익성과도 연결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말 단통법이 폐지됐지만, 통신사의 판매장려금은 크게 변화가 없다. 오히려 해킹 사고로 고객이 떠나면서 관리 수수료가 준 경우가 많다"며 "최근 단말기 가격마저 오르고 있으니 고객들의 단말기 교체 수요가 더욱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