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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갈등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유플러스·카카오·현대자동차 등의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들은 SK하이닉스의 사례를 들어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서 성과급 지급을 교섭 테이블에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해외 법인 직원이나 협력사에서도 성과급 상향을 요구하고 있어 산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법조·회계 전문가들은 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하지 않아 의무 교섭 사항이 아니라고 봅니다. 성과급 인상 여부는 '경영진의 결단'이나 '개인별 계약 사항'에 가까워 노조가 파업 등 쟁의를 통해 쟁취할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죠. 산업계에서는 성과급 인상 요구가 파업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그간 성과급 산정 방식이 임단협에서 논의된 적은 있으나, 노조가 지금처럼 성과급 지급액을 전면에 내세워 단체행동에 나선 사례는 찾아보기가 어렵다"며 "성과급은 임금이 아닌 '이익 배분' 문제라 협상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아 왔는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갈등이 확산하며 노사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성과급 갈등'

삼성전자 노사는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지난 12일 오전 10시부터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열고 17시간에 걸쳐 논의를 진행했음에도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노사 동의하에 중노위 중재로 다시 실시하는 조정까지 결렬되면서 삼성전자 노조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재원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상한 폐지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반면 사측은 성과급 제도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일시적 보상을 더 줄 수는 있으나, 성과급 운영 원칙을 흔들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기업 노조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고 상한 폐지를 주장하며 지난 1일부터 닷새간 1차 총파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연장 및 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무기한 준법 투쟁을 전개하는 상태입니다.

정보통신기술(ICT)·플랫폼 업계에서도 성과급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 노조는 35시간 근무와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노조는 지난 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는데요. 조정 기간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할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 지급 규모는 영업이익의 13%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하이닉스 협력업체인 피앤에스로지스 노동자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30일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3공장 앞에서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성과급 갈등은 정규직 노사 교섭 사안을 넘어 원·하청 구조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진행한 현대차 노조는 모든 종업원은 물론 협력업체 직원들에도 '작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기아 노조도 영업이익 30%의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죠.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과급 차별 지급을 중단하라"며 원청(SK하이닉스)에 직접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직원들에게 수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줬으면서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500만∼600만원 수준의 상생장려금만 지급했다. 성과를 함께 만들어냈음에도 하청 노동자들을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성과급 갈등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사업장에서도 관측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반도체 공장의 현지 직원들이 보너스 인상 요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가별 상황에 맞게 성과급 체계를 도입해 운영 중인데, 현지 직원들이 포털 등에서 본사 성과급 수준과 노조 움직임 등을 접한 뒤 '보상 인상'을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익 배분 성격의 성과급, 임단협 대상 아냐"

산업계에서는 노조의 이런 성과급 인상 주장은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법원이 이미 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한 상태라서 파업 등 쟁의 행위에 대한 명분이 될 수 없는 것이죠.

대법원은 최근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성과 인센티브(OPI·옛 PS)는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성과급은 근로 성과의 사후적 정산이 아니라, 경영 성과의 사후적 분배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노조의 쟁의행위는 기본적으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성과급 인상 논란은 임금이 아닌 '이익 배분'의 제도를 바꾸는 데 그 목적이 있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정준 법무법인 더엘 형사팀 대표 변호사는 "노동조합법상 임금은 노사 교섭과 쟁의의 핵심 대상이지만, 회사 실적이나 별도 합의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까지 통상임금에 포함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임금 등 핵심 사항에 대한 노사 합의가 이뤄지고, 성과급 문제만 남은 상태라면 교섭이 법적으로 미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경우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를 검토할 수 있는 것처럼, 사측도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이나 직장 폐쇄 등 법이 정한 절차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임단협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논의하는 절차인 만큼 성과급에 대한 논의도 나올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노조의 주장이 합리적이냐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오 교수는 또 "업종이나 기업마다 이익 규모, 현금 흐름, 투자 부담, 업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SK하이닉스식 성과급 구조를 일괄적으로 적용하자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성과급은 근로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와 주주, 향후 투자 재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익 배분의 문제"라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