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 내부에서 'DX(완제품) 배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반 노조를 차지한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 노조)가 DS(반도체) 부문 중심의 보상을 강조한 데 따른 현상이다. 이에 소수 노조에서 초기업 노조에 연달아 공식 사과를 요청하는 등 반도체·비(非)반도체 조합원 사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전날 초기업 노조에 '조합원 의견 수렴 활동에 대한 교섭 배제 협박성 발언 유감 표명 및 사과 요청' 공문을 보냈다. 전삼노 측은 공문에서 "DX 사업부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전삼노 소속) 이호석 지부장은 '삼성전자 임협 DX 토론방' 등을 통해 전달되는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를 수렴하기 위한 정당한 소통 활동을 수행해 왔다"며 "최승호 초기업 노조 위원장은 이런 현장의 소통 과정을 문제 삼으며, 사과가 없을 시 '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개인에 대한 공격을 넘어 DX 사업부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교섭 테이블에서 지워버리겠다는 행위"라며 "조합원의 뜻을 대변해야 할 대표자의 직무를 위축시켜 노동자 간, 노동조합 간의 신뢰를 또 한 번 심각하게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전삼노 측은 또 "내부의 정당한 목소리마저 교섭 배제라는 압박으로 입막음하려는 태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최 위원장의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전삼노 측은 최 위원장이 문제로 삼은 조합원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내용도 공개했다. 이 지부장은 여기서 'DX 보상' 등을 논의하는 과정 중 "최승호는 DS에서 교주급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한다"며 "지금 전삼노의 힘으로 최승호 제치는 건 역부족일 것 같고 현실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DX 교섭위원들이 내부 토의 때 (DX 보상 강화를) 반복해서 얘기해 봤더니, 맘에 안 든다고 동행(노조)을 교섭장에서 아예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전삼노를) 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는데, 전삼노 측은 이런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전삼노는 약 1만7000명의 조합원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도 지난 4일 두 노조에 공문을 보내 공동교섭단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특정 분야의 조합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 권익을 위한 안건 발의·요청에도 현재까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약 2300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동행노조는 조합원 중 70% 정도가 가전·스마트폰·TV 등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 소속이다.
동행노조는 또 전날 초기업 노조에 공식적인 사과도 요구했다. 동행노조는 "과거 초기업 노조는 과반 조합이라는 권한을 남용해 우리 노조의 의견을 고의로 무시·배제하거나 심지어 형법 제311조(모욕)에 해당하는 비하 등을 지속했다"며 "이는 단순한 노노 갈등을 넘어 우리 노조 존재 자체를 배제하고 부정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초기업 노조·전삼노·동행노조는 작년 11월 공동교섭단을 꾸리고 사측과 2026년도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다. 3개 노조는 지난 2월 교섭 결렬이 된 후 공동투쟁본부를 새로 꾸리고 쟁의행위 투표를 진행해 과반 찬성을 받았다. 이에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상태다. 이런 과정을 함께한 동행노조 이탈에 더해 전삼노에서도 초기업 노조의 소통 방식을 문제로 삼으면서 노·노(勞·勞) 갈등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초기업 노조가 반도체 부문 중심의 성과급만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DX 부문 직원 사이에서 탈퇴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7만6000명을 넘어섰던 초기업 노조 가입자 수는 7만3000명대로 떨어졌다. 초기업 노조 전체 조합원 중 80% 정도가 DS 부문 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