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의 무게중심이 스마트폰에서 노트북·모니터·차량용 등 고부가 패널로 옮겨가고 있다. 스마트폰 OLED 시장은 출하량 감소로 양적 성장에 제동이 걸렸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IT·차량용 OLED와 센서 내장 패널 등 기술 장벽이 높은 시장을 앞세워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SID 2026'에서 3세대 탠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최초 공개한다./LG디스플레이

8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OLED 패널 출하량은 전년 대비 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AI PC 교체 수요와 맞물린 OLED 노트북 패널은 30%대, 고사양 게임 수요가 뒷받침되는 OLED 모니터는 약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기업도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맞춰 사업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467억원을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계절적 비수기에도 전체 매출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렸고, 면적당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년 동기 대비 55% 상승했다. 저가형 스마트폰 패널 의존도를 낮추고 차량용·IT용 등 판가가 높은 OLED 공급을 늘린 전략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IT OLED 라인을 앞세워 노트북·태블릿 등 중형 OLED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부문은 영업이익 4000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유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IT OLED 라인의 수율을 80%대까지 끌어올렸으며, 이르면 다음 달 본격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8.6세대 라인은 기존 6세대보다 원장이 커 노트북·태블릿용 중형 패널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어, 향후 중국 업체들과의 원가 경쟁에서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기술 경쟁도 단순 화질 개선을 넘어 센서 통합과 신뢰성 강화로 확장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행사 'SID 2026'에서 손가락 터치만으로 혈압과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500PPI급 센서 OLED를 선보였다. OLED 패널에 유기 포토다이오드(OPD)를 통합해 생체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로, 디스플레이를 단순 출력 장치에서 AI 기기의 입력 센서로 확장한 사례다.

LG디스플레이는 SID 2026에서 소비전력을 기존보다 18% 줄이고 수명을 2배 이상 늘린 3세대 탠덤 OLED를 공개했다. 탠덤 OLED는 유기물 발광층을 두 겹으로 쌓아 밝기와 내구성을 높인 기술이다. 일반 OLED보다 판가가 높고 장기 공급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차량용·IT용 OLE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차세대 수익원으로 꼽힌다. 특히 자율주행과 대화면 인포테인먼트가 확산되는 차량용 시장에서는 고휘도와 긴 수명이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국내 업체들의 전략 전환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추격과도 맞물려 있다.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는 사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IT·차량용·센서 내장 OLED 등 기술 장벽이 높은 영역으로 전장을 옮기고 있다. 단순 출하량 경쟁보다 판가와 수익성이 높은 시장을 선점해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8.6세대 IT OLED와 탠덤 OLED 같은 고부가 기술을 앞세워 경쟁 무대를 바꾸고 있다"며 "스마트폰 중심의 양적 성장 국면이 끝나고, 차량용과 IT용 패널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 단계에 들어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