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KT가 지난해 통신 3사 중 가장 공격적으로 연구개발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팔란티어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을 축으로 'AICT 기업(인공지능을 핵심 역량으로 결합한 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 KT, 개발비만 1248억원 급증… AI·클라우드 R&D 투자 확대

8일 조선비즈가 지난해 통신 3사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작년 KT의 연구개발비는 3553억700만원으로 전년(2114억8200만원)보다 약 70% 증가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KT의 연구개발비 증가분 대부분이 개발비 항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KT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결기준 연구개발비 중 판매비와 관리비 처리분은 2024년 1925억6900만원에서 지난해 2116억300만원으로 190억원가량 늘었다. 반면 개발비(무형상각) 항목은 같은 기간 189억1300만원에서 1437억400만원으로 1248억원가량 급증했다. 연구개발비 증가분(1438억원) 중 약 87%가 개발비 증가에서 나온 셈이다. 단순 연구조직 운영비보다 무형자산과 연동되는 기술 개발비 비중이 커진 것이다.

KT의 R&D 확대는 김영섭 전 대표 취임 이후 추진해 온 'AICT 기업' 전환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전략 수행을 위해 AI 모델·클라우드·플랫폼 관련 개발 투자가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KT는 사업보고서에서 최고기술책임자 조직 산하 AI Future Lab, Gen AI Lab, Agentic AI Lab, Decision Intelligence Lab 등을 통해 AI 거버넌스 강화와 한국적 AI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6G(6세대 이동통신), 양자암호, 오픈랜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뿐 아니라 AI와 클라우드 기반 네트워크 운용 최적화도 주요 연구개발 과제로 제시했다.

미국 빅테크와의 협업도 R&D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KT는 2024년 9월 MS와 5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약정 기간은 2024년 9월부터 2029년 9월까지다. 주요 내용에는 한국형 AI 모델·서비스 공동 개발, 한국형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 출시, AX(AI 전환) 토털 서비스 전문법인 출범, 공동 R&D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국내 AI 생태계 강화, 인재 육성 공동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를 추진하기 위한 R&D 확대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MS와 협력을 통한 데이터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개념검증도 연구개발 실적에 포함됐다.

팔란티어와의 협업도 KT의 AX 사업 확장과 맞닿아 있다. KT는 사업보고서에서 팔란티어와 협업한 개념검증을 통해 파운드리(Foundry), 온톨로지(Ontology), 인공지능 플랫폼(AIP) 기능 검토와 도입 가능성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유선 네트워크 트래픽 기반 이상 징후 선감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팔란티어 솔루션 기능도 연구개발 과제로 검증했다.

◇ 해킹 여파에 R&D 투자 묶인 SKT, 그룹 AI로 버티는 LGU+

SK텔레콤은 여전히 연구개발비가 통신 3사 중 가장 높았지만, 지난해 연구개발비 총액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3557억7200만원으로 전년(3928억4400만원) 대비 9.4% 줄었다. LG유플러스는 1464억1700만원으로 전년(1424억400만원)보다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SK텔레콤이 연구개발비를 줄인 것은 지난해 유심 해킹 사고 이후 고객 대응과 보안 관련 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유심 교체와 대리점 손실보상 등을 포함해 약 2500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 또 향후 5년간 총 70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 혁신안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에이닷,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 등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작년에는 해킹 사고 후속 대응이 실적과 투자 여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LG유플러스의 연구개발비 증가 폭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그룹 차원의 AI 자산을 활용해 비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의 AI 전략은 독자 기반모델을 대규모로 개발하기보다 그룹 공통 AI 모델을 통신 서비스와 기업 솔루션에 적용하는 전략에 가깝다. KT처럼 글로벌 기술기업과 손잡고 독자 AI·클라우드 개발비를 급격히 늘리는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LG유플러스가 출시한 통신 특화 생성형 AI '익시젠'도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을 기반으로 자사 통신·플랫폼 데이터를 학습시킨 것이다. LG유플러스가 선보인 AI 서비스 개발 플랫폼 '익시 솔루션' 역시 익시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한편, 지난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SK텔레콤이 2.08%로 가장 높았다. 이어 KT 1.26%, LG유플러스 0.95% 순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SK텔레콤은 2.19%에서 0.11%포인트(P) 낮아졌고, KT는 0.80%에서 0.46%P 상승했다. LG유플러스는 0.97%에서 0.95%로 0.02%P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