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개최된 '투쟁 결의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정두용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 강행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경영진은 물론 주주까지 나서 우려를 표명했다. 삼성전자 노조 사이에서도 DX(완제품)부문 차별 등을 문제로 갈등이 벌어지면서 여론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전영현 DS(반도체)부문 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 사장은 7일 각 부문 사내 게시판에 각자의 이름으로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글을 올리고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두 대표는 "교섭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임직원 여러분께서 우려와 답답함을 느끼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회사는 열린 자세로 협의를 이어가며 임직원 여러분께서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미래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경영진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조와의 성과급 갈등이 파업이라는 극단적 사태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두 대표가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이다. 전 부회장과 노 사장에 앞서 지난 5일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도 노조 파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사내 게시판에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삼성전자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사장)./삼성전자

◇ "500만 국민의 미래 노후 연금이 담긴 기업… 파업 철회해야"

삼성전자 주주들도 입을 열었다. 소액 주주 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생산 중단 전면 파업은 국가 경제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삼성전자는 대한민국의 핵심 기술 패권을 상징하는 인프라이자, 500만 국민의 현재 자산과 미래 노후 연금이 담긴 국민 기업"이라며 "생산 중지 전면 파업은 국가와 기업의 생존을 위해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생산라인은 365일 무결점으로 가동돼야 하는 초정밀 공정이라, 단 한 번의 조업 중단만 발생해도 수만 장의 웨이퍼가 폐기돼야 한다"며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의 한복판에서 전면 파업이 강행될 경우 수십 년간 쌓아온 고객사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가 4월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을 비판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정두용 기자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삼아 상한 없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민 대표는 이에 대해 "영업이익에 일률적으로 비례하는 성과급 요구는 회계학적 상식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채권자 이자·세금·주주 배당을 모두 배제한 채 특정 집단만 초과이익을 독식하겠다는 발상은 납득하기 어렵고, 성과급 체계는 경제적부가가치(EVA) 산식 등 검증된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 대표는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제3자 권리침해 법리에 근거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것"이라며 "주주의 정당한 배당권을 침해한 경영진에게는 상법에 따른 대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노사 갈등을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기존 32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낮췄다. 파업이 격화할 경우 대규모 성과급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씨티그룹은 이를 근거로 올해와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보다 각각 10%, 11% 하향 조정했다.

◇ 勞·勞 갈등에 여론도 '싸늘'

삼성전자 노조 사이에서는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성과급 상향 주장이 DS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다, 서로를 향한 비방까지 나오면서 내부에서는 파업 지지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경쟁사 대비 보상이 적은 지점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쟁의행위를 지지해 왔다"라면서도 "최근 노조의 주장은 DS 부문 보상 강화에 집중돼 있어 사측이 요구사항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DX 소속 직원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구조라 사내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 노조)·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은 작년 11월 공동교섭단을 꾸리고 사측과 2026년도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다. 이 중 동행노조는 지난 4일 두 노조에 공문을 보내 공동교섭단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특정 분야의 조합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 권익을 위한 안건 발의·요청에도 현재까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약 2300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동행노조는 조합원 중 70% 정도가 가전·스마트폰·TV 등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 소속이다.

3개 노조는 지난 2월 교섭 결렬이 된 후 공동투쟁본부를 새로 꾸리고 쟁의행위 투표를 진행해 과반 찬성을 받았다. 이에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상태다. 이런 과정을 함께한 동행노조가 이탈하면서 반도체와 비(非)반도체 분야 노·노(勞·勞) 갈등이 점차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동행노조는 공동투쟁본부 이탈에 이어 과반 노조를 차지한 초기업 노조에 공식적인 사과도 요구했다. 동행노조는 "과거 초기업 노조는 과반 조합이라는 권한을 남용해 우리 노조의 의견을 고의로 무시·배제하거나 심지어 형법 제311조(모욕)에 해당하는 비하 등을 지속했다"며 "이는 단순한 노노 갈등을 넘어 우리 노조 존재 자체를 배제하고 부정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승호 초기업 노조 위원장이 4월 23일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크레인에 올라 투쟁사를 하고 있다./초기업 노조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 사항은 'SK하이닉스처럼 보상을 달라'고 요약할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경우가 다르다"며 "SK하이닉스 성과급은 노사 합의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합의문에 근거가 있다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삼성전자 노조는 기존 계약이나 성과급 제도에 없는 내용을 사후적으로 더 달라고 하는 것이라 회사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도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사례는 있지만, 영업이익의 10~15%를 일률적으로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방식이 보편적 표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기업의 영업이익은 노동의 기여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설비투자, 연구개발, 자본 투입, 주주 위험 부담이 함께 반영된 결과"라며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면 투자자나 주주의 몫, 회사의 재투자 여력과 충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