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전자 성과급을 두고 노사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삼성 안팎에서는 오래된 성과급 체계의 골격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는 미국·유럽 반도체 기업 중에는 이 같은 제도를 운용하는 사례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대만 TSMC나 미디어텍이 그나마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의 1% 정도를 성과급으로 배정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유사한 미국·유럽 종합반도체기업(IDM·설계와 제조를 함께 영위하는 반도체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초과이익공유라는 개념보다는 매년 회사의 경영 목표(영업이익, 기술 개발, 전략과제 등)를 정해두고 각 지표에 맞는 달성률을 산출한 뒤 기여도에 맞게 보너스를 계산해 지급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할당하는 제도는 극히 드물다는 얘기다.

◇ 목표 달성을 지표화한 미국·유럽… 韓 성과급 체계는 주먹구구식

삼성전자의 대표 성과급 제도는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목표달성장려금(TAI)으로 구성된다. OPI는 사업부가 연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때 지급되는 초과이익 배분형 성과급이다. OPI는 경제적 부가가치(EVA) 또는 초과이익을 기준으로 재원을 산정하고, 개인별 지급액은 연봉의 최대 50%로 제한하고 있다. TAI는 반기별 사업부 평가와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성과급 제도의 기반이 1990년대에 시작해 2000년대 초반까지 형성된 한국 대기업식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001년 PS라는 이름으로 초과이익 배분형 성과급을 도입했고, 2014년 이를 OPI로 바꿨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초과성과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이를 배분한다는 큰 틀은 유지됐다. 호황기에는 강력한 보상 장치가 됐지만,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과 연봉 50% 상한선 논란이 반복돼 왔다.

미국·유럽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체계는 애초에 개별 임직원 성과와 검증, 보상 체계를 세부화된 지표로 산출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초과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자동 배분하기보다는, 경영 목표 달성률과 회사의 재무 상황, 개인의 성과를 측정해 보너스 배수를 정한다는 기조를 오랜 기간 유지해 왔다.

인텔 본사 전경. /인텔 제공

인텔이 대표적인 사례이자 업계의 스탠더드격으로 평가된다. 인텔의 연간 현금 성과급은 회사의 매출, 매출총이익률, 영업비용, 'ITJ(Intel Top Jobs)'로 불리는 전략 과제, 개인 성과를 각각 20%씩 반영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인텔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은 다른 업종과 달리 분기, 연간 단위로 막대한 투자·유지 비용이 들어 성과와 보상 역시 더 세부적이고 명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회사가 목표로 한 공정, 제품 판매량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 달성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에도 인텔과 마찬가지로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한다는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마이크론의 성과급 체계는 단기 인센티브(STI)의 경우 수익성 목표 50%, 전략 목표 50%로 구성되는데, 수익을 초과 달성했다고 해도 전략 목표에 포함되는 기술, 비용, 지속가능성 등을 감안해 지급한다. 유럽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인피니언, NXP 등도 세부적으로는 다르지만, 초과이익을 자동적으로 배분한다는 항목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 과도한 노조 요구, 사전에 막을 방법 있나

문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만 영위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같은 설계 사업부도 보유하고 있으며, 전사적으로 보면 스마트폰을 포함하는 무선사업부, TV, 가전 등 다양한 사업군을 포괄한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이처럼 다양한 첨단 테크 사업을 모두 가진 기업은 드물다.

이 때문에 해외 반도체 기업의 방식을 삼성전자에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과거 스마트폰 사업이 전사 영업이익의 70~80%를 차지할 때에도 성과급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임직원 사이에 늘 있었다"며 "한 사업부의 성장이 과거 다른 사업부가 세운 초석을 통해 형성되는 투자 선순환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직원들은 당장 본인에 주어지는 보상만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노동자 친화적인 구조"라며 "다만 이례적인 시장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큰 이익을 얻게 되니 경쟁사(SK하이닉스)의 이례적인 '돈 풀기'가 불을 붙였고, 각 사업부의 특성과 팀, 개인의 성과에 맞게 책정되어야 할 성과급 산정이 불만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