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에서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면서 통신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통신 본업의 성장성이 둔화한 가운데 인공지능(AI) 투자와 주주환원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제조업식 '수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가 기간통신사업자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 임단협 공동교섭단은 지난달 23일 사측과 제3차 본교섭을 진행했습니다. 노조는 임금 총액 8% 인상, PI·PS(생산성격려금·성과급) 평균임금 산입, 호칭 하한 연봉제 신설,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습니다. 지난해 LG유플러스 노사는 평균 임금 1.3% 인상안(모든 직원의 개별 연봉을 1.3% 높인 다음, 그 금액에 19만원을 추가 인상하는 방안)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노조의 요구안에는 임금 삭감 없는 주 35시간 근무, 정년 만 65세 연장, 임금피크제 개선도 담겼습니다. AI 도입 6개월 전 노사 합의 의무화, 기술 도입을 이유로 한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도 포함됐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3% 인상안을 제시하며 난색을 보였습니다. 정년 연장 요구에 대해서는 정년 도달 근로자를 퇴직 처리한 뒤 기간제 계약으로 다시 고용하는 촉탁 재고용 태스크포스 운영을 역제안했습니다.
지난해 1%대 임금 인상안을 수용했던 LG유플러스 노조가 올해는 왜 이렇게 도를 넘은 무리수를 두는 걸까요? 특히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까지 요구하면서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제조업 대형 노조의 고율 임금·성과급 요구 분위기에 편승해 통신업계까지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아도 비슷한 수준의 요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반도체·자동차 회사와 기간통신사업자인 LG유플러스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조업은 글로벌 수요 사이클과 수출 경기, 제품 가격에 따라 이익이 크게 늘 수 있습니다. 반면 통신업은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했고 요금 인상에도 제약이 커 수익 확장성이 제한적입니다.
지난해 LG유플러스의 실적 개선은 구조적 성장보다는 경쟁사의 해킹 사고에 따른 반사이익 성격이 큽니다. 지난해 LG유플러스 영업이익은 8921억원으로 전년보다 3.4%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SK텔레콤·KT 해킹 사고 여파로 신규 가입자가 유입됐음에도 이익이 크게 늘지 못한 셈입니다.
통신 품질 개선이나 AI·신사업 성과로 실적이 좋아진 게 아닌데, 이를 근거로 파격적인 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통신 3사는 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기업용 AI, 보안 투자를 확대해야 하지만 아직 AI 사업에서 뚜렷한 수익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주환원 부담도 변수입니다. 통신주는 대표적인 배당주로 분류됩니다. 영업이익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면 배당 여력과 AI 투자 재원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는 "기간통신사업자는 네트워크 품질 유지, 보안 강화, AI 인프라 투자처럼 장기적으로 투입해야 할 비용이 크기 때문에 제조업식 성과급 산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투자 여력과 주주환원, 소비자 편익 사이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통신업에서 고비용 임금 구조가 고착화되면 회사의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올해 LG유플러스 임단협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통신업의 보상 체계와 미래 투자 여력 사이 균형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