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뉴스1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57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한국 기업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적표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표를 들여다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비정상적인 초호황이 삼성전자 전체 사업 구조의 균열과 위기 신호를 가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30일 발표한 올 1분기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반도체, 그 중에서도 메모리 사업부에서 발생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올 1분기에 매출 81조7000억원,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을 냈다. 전사 영업이익의 약 94%가 DS 부문에서 나온 셈이다. 삼성전자는 DS 부문이 인공지능(AI)용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DS 부문 안에서도 메모리 쏠림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1분기 메모리 매출은 74조8000억원으로, DS 부문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 19조1000억원, 지난해 4분기 37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4배, 2배 수준으로 불었다.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가 합쳐 1조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모리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5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메모리 실적 급등은 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나온 결과다. 공급 증가가 제한된 상황에서 빅테크의 메모리 확보 경쟁이 이어지면서 가격 협상력이 공급자 쪽으로 넘어갔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업계 최초로 6세대 HBM(HBM4)과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모듈 소캠(SOCAMM2) 양산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다만 DS 부문 전체가 고르게 좋아진 것은 아니다. 시스템LSI는 플래그십 시스템온칩(SoC) 판매 확대로 실적이 개선됐지만, 파운드리 사업부는 비수기 영향으로 1조원대 안팎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첨단 공정 가동률이 최대치에 도달했다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적자 탈피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52조7000억원, 영업이익 3조원을 기록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효과로 매출은 전분기보다 늘었지만, 부품 가격 상승과 원가 부담이 수익성을 눌렀다.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은 매출 38조1000억원, 영업이익 2조8000억원을 냈다. 갤럭시S26 시리즈와 S26 울트라 판매 비중 확대가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네트워크는 주요 통신 사업자의 투자 감소 영향으로 실적이 줄었다.

TV와 생활가전은 반도체 호황과 더욱 대비되는 흐름을 보였다.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은 매출 14조3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기록했다. 프리미엄·대형 TV 판매와 운영 효율화로 TV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생활가전은 에어컨 신제품 출시에도 원가 상승과 관세 영향으로 실적 개선 폭이 제한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6조7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냈다. 중소형 패널은 계절적 비수기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고객사 수요 감소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실적이 하락했다. 대형 패널은 게이밍 모니터용 OLED 수요 호조로 안정적인 판매를 유지했다. 하만은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공급 제약과 오디오 시장 비수기, 개발비 부담이 겹치며 실적이 줄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삼성전자의 이익 구조가 메모리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해 1분기에는 DX 부문이 영업이익 4조7000억원으로 전사 이익을 떠받쳤고, DS 부문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에 그쳤다. 1년 만에 DS가 전사 이익의 대부분을 벌어들이는 부문으로 바뀌었고, DX부문과 디스플레이, 하만은 오히려 메모리 가격 상승의 부담을 일부 떠안는 구조가 됐다.

올해 삼성전자 실적의 바로미터는 2분기 이후에도 메모리 가격 강세가 이어질지 여부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사업부가 지속적으로 1분기처럼 기록적인 실적을 유지하는 건 시황에 따라 움직이는 범용 메모리 시장 특성상 불가능하다"며 "회사 전체의 균형적인 포트폴리오를 위해서는 파운드리의 실적 회복, DX 부문의 생산 효율화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