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연합뉴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최근 신규 이용자와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오픈AI는 인공지능(AI) 인프라의 핵심인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약 6000억달러(약 880조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는데, 성장이 둔화하면 계약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쟁사인 구글과 앤트로픽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오픈AI를 빠르게 추격하면서 AI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손해배상 소송 재판도 이달 시작됐는데, 소송 결과에 따라 올해 말로 예정된 오픈AI의 기업공개(IPO)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 "900조 컴퓨팅 계약 대금 못 낼 수도" 내부 우려 제기

30일 테크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성장 둔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약정 관련 재무 우려, 머스크와의 1340억달러(약 198조원) 규모 법적 공방 리스크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AI가 내부적으로 설정한 1분기 매출과 신규 이용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챗GPT 주간활성이용자(WAU) 10억명이라는 목표를 지난해 말까지 실현하기로 했지만, 올해 2월 기준으로 9억명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용 AI 챗봇 시장 점유율은 약 60~65%로 아직 1위이지만, 성장은 둔화되는 추세다.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매출이 우리가 계획한 만큼 충분한 속도로 증가하지 않을 경우 컴퓨팅 계약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경영진에게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프라이어 CFO는 이 과정에서 추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고집하는 올트먼 CEO와 충돌하기도 했다.

올트먼 CEO는 충분한 컴퓨팅 자원이 장기 성장을 좌우할 핵심 경쟁력이라고 보고, 공격적인 AI 인프라 확장 전략을 추진했다. 그 일환으로 오픈AI는 엔비디아·오라클·AMD·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다년 컴퓨팅 계약을 체결했는데, 회사 성장 속도가 예전만 못하자 일부 경영진이 재무 우려를 제기하고 나서는 등 내부 진통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픈AI는 최근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규모인 1220억달러(약 181조원)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현재의 투자 지출 속도를 유지한다면 3년 안에 해당 자금을 소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제미나이'·앤트로픽 '클로드' 공세에 시장 점유율 잠식

구글과 앤트로픽의 거센 공세에 오픈AI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구글이 지난해 하반기 AI 모델 '제미나이'의 성능을 대폭 개선하면서 챗GPT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AI 이미지 생성 모델 '나노바나나', AI 영상 모델 '비오', 범용 월드 모델 '지니' 등으로 저변을 확대하면서 신규 이용자를 빠르게 흡수하는 중이다.

적자를 기록 중인 오픈AI와 달리 검색과 광고, 클라우드, 동영상(유튜브) 등 기존 사업에 AI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실적도 순항 중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이날 AI 수요 확대로 클라우드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1099억달러(약 163조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626억달러로 81% 증가했다. AI 투자가 본격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용 AI 솔루션이 1분기에 처음으로 클라우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다"며 기업용 AI 모델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의 유료 월간활성사용자(MAU) 수가 직전 분기 대비 40% 늘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서는 경쟁사 앤트로픽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앤트로픽은 자사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로 기업용 AI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연초에는 다단계 업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클로드 코워크'를 선보여 '소프트웨터 종말론' 우려를 키웠고, 최근에는 강력한 보안 취약점 탐지 기능을 갖춘 AI 모델 '미토스'를 공개해 보안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오픈AI는 코딩과 기업용 시장에서 앤트로픽에 밀리며 월간 매출 목표를 수 차례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앤트로픽의 몸값이 오픈AI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이날 약 9000억달러(약 1336조원)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신규 투자 유치를 논의 중이다. 투자가 성사될 경우 오픈AI의 기업가치인 8520억달러(약 1264조원)을 제칠 것으로 보인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모두 연내 상장을 목표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는데, 현 추세라면 앤트로픽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머스크가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1340억달러(약 198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재판까지 시작되면서 추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머스크는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연방법원 증언대에서 "오픈AI를 비영리 기업으로 믿고 자금을 지원한 내가 바보였다"며 "박물관이 기념품점을 열어 피카소 작품을 팔아치우는 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현 시점에서는 머스크가 패소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이지만, 예상을 깨고 머스크가 승소할 경우 오픈AI는 막대한 금전적인 손실을 입을 뿐만 아니라 IPO 계획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원 확대가 시급한 오픈AI는 단기적으로 광고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는 챗GPT 무료 모델과 저가형 요금제 '챗GPT 고'에서 이용자가 챗봇과 대화할 때 광고를 띄우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연간 광고 매출이 올해 25억달러에서 2030년에는 1000억달러로 약 40배로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독점 계약 해소를 기점으로 기업 고객 확보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전날 자사 AI모델 통합 플랫폼 '아마존 베드록'에서 오픈AI의 AI모델 GPT와 코딩 도구 코덱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오픈AI는 내부 리더십 균열 관련 보도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매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