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의 분기 매출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냈다. 통상 1분기는 세트(완제품) 기업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가는 시기라 전자부품 업계의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는데,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라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것이다. 삼성전기는 자사 주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올 1분기 매출이 3조2091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80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40% 올랐다. 회사 측은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 714억원을 반영하고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산업·전장용 고부가가치 제품의 견조한 수요에 대응한 결과"라고 했다.
◇ AI 수요 확대에 MLCC·FC-BGA 판매량 '껑충'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카메라모듈이다. MLCC는 전자제품의 회로에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전자파 간섭(노이즈)을 제거하는 부품으로 '전자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FC-BGA는 고성능·고집적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말한다. 두 제품 모두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도 AI 서비스 확대에 따라 높은 수요를 보였다. 카메라모듈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시장이 커지면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날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I 관련 응용처의 MLCC 수요가 지속 확대되면서 시장 내 수급 긴장도가 올라가고 있다"며 "1분기 출하량은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파워 모듈 등 산업용 수요 확대와 전장 분야의 성장에 힘입어 직전 분기 대비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LCC도 하이엔드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이라 장기공급계약(LTA)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C-BGA에 대해선 "수요가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거래선들은 공급 확대를 요청하고 있고, 2분기부터 시작될 신규 거래선 수요도 기존 전망 대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높아진 수요에 맞춰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회사 측은 MLCC 가격과 관련해 "원자재 가격 인상 등도 고려해 시황을 모니터링 중"이라며 "가격 책정은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FC-BGA 역시 "원자재값 인상과 수급 상황 등을 반영해 주요 고객사와 인상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의 MLCC 사업을 담당하는 컴포넌트 부문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조4085억원으로 집계됐다. FC-BGA 등을 담당하는 패키지솔루션 부문의 이 기간 매출은 72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45% 증가했다. 카메라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부문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1조756억원이다.
◇ 우주·로봇 시장 '정조준'
삼성전기는 올 2분기에도 글로벌 AI 투자·자율주행 확대로 산업·전장용 부품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고도화와 AI 서버의 전력 사용량 증가에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증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삼성전기는 이에 맞춰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AI 관련 수요가 기존 예상 대비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생산 시설 확대 등을 위한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도 과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규 먹거리 발굴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컨퍼런스콜에서 "우주항공 관련 MLCC 중 지상 단말기용은 AI 서버와 유사한 제품을 사용해 주요 공급 업체로 참여하고 있다"며 "저궤도 위성용은 전기차보다 많은 10만개 이상의 MLCC를 사용하며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만큼 시장을 조기 선점하고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카메라모듈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주요 휴머노이드 고객사들과 고해상도 인식 모듈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정교한 사물 파지용 소형·박형 카메라 기술 등도 선제 확보해 휴머노이드용 시장 선점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