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이 SK하이닉스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사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CAPA)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에 집중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범용 D램 생산을 병행했음에도 메모리 사업의 수익성이 높게 나타나 올 1분기 전체 실적 성장을 이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의 전체 사업 규모·수익성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DS 부문이 매출·영업이익·수익성 모두 TSMC를 넘어선 건 2018년 4분기 이후 29개 분기 만이다. 다만 올 1분기에도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부분에서 적자가 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고민거리로 꼽힌다. 파운드리 사업만 떼고 보면 TSMC와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 범용 D램 가격 상승에… 삼성전자 메모리 수익성 극대화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매출 133조8700억원, 영업이익 57조230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9.2%, 영업이익은 756.1% 증가했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분기 최대치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DS 부문 매출은 81조7000억원,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영업이익의 약 94%를 담당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DS 부문은 크게 메모리·비메모리로 나뉜다. 올 1분기 메모리 사업에서 올린 매출은 74조80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DS 부문의 사업부별 세부 영업이익 규모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올 1분기에 비메모리 사업에서 1조~1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 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메모리 사업부가 이번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담당한 셈이다.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70~75%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률과 유사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매출은 52조5763억원, 영업이익은 37조6103억원으로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CAPA)이 크다. 올 1분기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매출이 SK하이닉스보다 약 22조2000억원 정도 높게 잡혔다. 업계에서는 올 1분기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에 집중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유사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배경으로 '범용 D램' 가격 상승을 꼽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범용 D램 계약 가격은 전 분기보다 90~95%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55~60% 상승이 예상됐지만,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일반 D램 공급 부족으로 번지면서 가격 전망치가 대폭 상향 조정됐다.
D램 현물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범용 4세대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지표인 DDR4 1Gx8 3200MT/s 평균 현물 가격은 1월 초 25.407달러에서 3월 중순 34.00달러로 약 33.8% 올랐다. 2월 하순 PC D램 계약 표본에서 DDR4 16Gb 2Gx8 평균 가격은 전기 대비 13.46% 올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 전례 없는 메모리 초호황에 TSMC 실적 넘어… 비메모리 부진은 고민
삼성전자 DS 부문의 올 1분기 실적은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TSMC를 크게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DS 부문 실적이 TSMC를 넘어선 건 201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TSMC의 올 1분기 매출은 359억달러(약 53조3300억원), 영업이익은 209억달러(약 31조470억원)로 영업이익률은 58.1%다. 삼성전자 DS 부문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28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22조7000억원 적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 역시 삼성전자 DS 부문이 65.7%를 기록하며, 7.6%포인트(P) 앞섰다.
작년 4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DS 부문은 매출·영업이익·수익성 모두 TSMC에 뒤졌다. 당시 매출 격차는 약 6조원, 영업이익률은 17%P 정도 차이가 났다. 이런 격차를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뒤집은 것이다.
삼성전자가 TSMC 대비 매출·영업이익 규모는 물론 수익성까지 앞지른 건 29분기 만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매출은 약 8조3900억원, 영업이익은 약 3조9000억원 높았다. 이때도 메모리 초호황기 영향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이 높게 나타났다. 올해 1분기에는 전례 없는 수퍼 사이클(초호황기)이 나타나며 더 큰 차이로 TSMC 실적을 넘어선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비메모리 사업 부문 매출은 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TSMC 매출의 12% 정도에 그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7%로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기간 72%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TSMC와 격차가 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는 호·불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업황에 따라 TSMC를 넘어서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라면서도 "TSMC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은 수주 기반이라 실적이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경향이 있어 실적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