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장호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이호준 기자

신장호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회장이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구조 개선과 인공지능(AI) 시대 전환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현재 IT서비스 산업이 일한 만큼 대가를 받기 어려운 수익 구조에 놓여 있는 만큼 발주 체계를 개선하고,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가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신 회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시대에 맞는 대가 체계를 마련하고, 공공 SW 사업의 유연한 계약 제도를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이티센엔텍 대표를 맡고 있는 신 회장은 지난 2월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그간 공공 사업 수주 과정에서 과업이 늘어도 추가 대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제도상 과업심의위원회를 통해 변경사항을 심의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위원회가 열리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열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과업심의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고, 심의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필요한 재원을 의무적으로 확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 회장은 개정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추가적으로 제안요청서(RFP)에 기능점수(FP) 등 산출 기준을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사업 범위와 산출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사업 수행 과정에서 업무가 늘어나도 이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과업 변경에 따라 추가 재원을 할당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신 회장은 현행 총액 입찰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내역 입찰제로의 전환 필요성을 언급했다. 총액 입찰제는 사업 수행 과정에서 과업이 늘어나거나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계약 시 정해진 금액을 초과할 수 없는 구조다. 과업심의위원회를 통해 변경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실제 사업비 증액은 어려운 구조다.

반면 내역 입찰제는 세부 항목을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 변경이나 과업 추가 시 이에 따른 비용 조정이 가능하다. 인건비와 원자재비 등 비용 증감이 반영되는 건설업에서 주로 활용되는 방식이다.

신 회장은 "공공 대형 사업의 경우 심하면 예산의 50%까지 적자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과도하게 늘어나는 과업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가 지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AI 사업에 대한 대가 기준의 현실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SW 개발 사업은 기능점수 방식으로 대가를 산정하고 있지만, 거대언어모델(LLM) 파인튜닝, 검색증강생성(RAG) 구축 등 AI 사업에는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 또한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운영이 필수적인 구조인 만큼, 기존 방식으로는 적정 대가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협회는 AI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대가 기준 마련을 위해 연구를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IT서비스 산업의 수익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IT서비스 기업의 평균 이익률은 대기업 8.1%, 중견기업 5.3%, 중소기업 1.7% 수준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대다수는 국내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공공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신 회장은 "공공 부문 IT 예산 역시 주요 국가의 3% 수준에 비해 국내는 1%대에 머물고 있다"며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