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요 부진 속에서도 AI와 로봇, 데이터센터 냉각 등 신사업을 앞세워 성장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TV 사업 부진으로 MS사업본부가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장(VS) 사업은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체질 변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LG전자는 북미 사옥 내 과학관/LG전자 제공

LG전자는 29일 열린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3조7272억원, 영업이익은 1조6737억원을 기록했으며, 중동 지역 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 소비심리 위축, 업체 간 경쟁 심화 등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가전 성수기 효과와 안정적인 전장 수주를 기반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9% 증가했으며, 원자재 가격 상승과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확대와 원가 및 비용 절감 노력에 힘입어 개선됐다"며 "HS(가전)와 VS 사업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VS사업본부는 영업이익도 역대 최대 수준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2분기에는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회사 측은 "유가 변동과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 공급망 차질로 인한 글로벌 수요 변동 리스크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주력 사업은 수요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역별 맞춤 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글로벌 사우스 전략을 통해 매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행 재고 확보와 생산 안정성, 원가 안정성을 강화하고 물류비는 대형 화주 협상력과 선사 운영 효율화를 통해 상승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신성장 동력으로는 AI 기반 로봇과 데이터센터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LG전자는 "AI를 단순 기술이 아닌 산업과 일상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있다"며 "엔비디아와 기존 협력을 넘어 피지컬 AI 분야로 전략적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로봇, 모빌리티,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하드웨어 전략과 LG전자의 데이터, 엔비디아의 기술 리더십을 결합해 공동 레퍼런스 구축 등 선행 R&D를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홈로봇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클로이 휴머노이드 사업은 올해 중 POC(개념검증) 실증을 진행 중이며, 상반기부터 산업용과 홈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산업용 로봇 기술과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능성을 검증하고, 가전 사업에서 축적한 홈 이해 경쟁력을 활용해 2028년 상용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 부품 사업 역시 본격화된다. LG전자는 "액추에이터는 상반기 중 초도 물량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감속기 기술 내재화도 산학 협력을 통해 추진 중"이라며 "모터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품 개발과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로봇팔 중심의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AI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회사는 "2025년 수주는 전년 대비 약 3배 성장했으며, 칠러 사업은 2027년 매출 1조원 목표를 조기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벤더 등록 등 선행 단계를 통과해 2026년부터 본격적인 수주와 매출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리드타임은 표준 칠러 기준 약 6개월, 대형 맞춤형 장비는 약 9개월 수준이며, 핵심 부품 내재화와 표준 설계를 통해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본부별로는 명암이 엇갈렸다. HS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 6조9431억원, 영업이익 5697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회사는 "중동 지역 분쟁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온라인과 가전 구독 사업 확대를 통해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수익성도 견조하게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2분기에는 미국 관세 정책과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등으로 수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제품 라인업 보강과 B2B·구독 사업 확대, 글로벌 사우스 공략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VS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 3조644억원, 영업이익 2116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처음으로 6%를 넘어서며 수익 구조가 안정화됐다는 평가다.

MS사업본부는 매출 5조1694억원, 영업이익 371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회사는 "2025년 기준으로는 TV 등 수요 성장 모멘텀이 부재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이 감소했고, 프리미엄과 보급형 모두에서 출혈 경쟁이 이어지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월드컵 등 수요 이벤트가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 원가 상승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며 "저원가 국가 생산 확대와 비용 구조 개선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고 매출 성장과 턴어라운드를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반도체 공급과 가격 변수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LG전자는 "서버 수요 급증에 따라 반도체 공급 부족과 메모리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TV·모니터·PC 등 주요 제품의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협력사와 공급 MOU를 체결하고 부품 이원화 등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선행 재고 확보를 통해 수급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S사업본부는 매출 2조8223억원, 영업이익 2485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중동 분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북미와 유럽 중심으로 히트펌프 등 고효율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관세 정책과 공급망 변수도 주요 리스크로 지목됐다. LG전자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정책 변화로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멕시코 생산 거점을 둔 경쟁사들도 동일한 환경에 놓여 있다"며 "시장과 경쟁 상황을 고려해 제품 리더십을 기반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된 관세 환급 가능성에 관련해서는 "환급 신청 후 적격성 검토와 이자 산정 등을 거쳐 절차가 진행되며 통상 60~90일이 소요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진척 사항이 있을 경우 추후 공유하겠다"고 했다. 물류비와 관련해서도 "전쟁 할증료 등으로 상승 압력이 있으나 협상력 강화와 운영 효율화를 통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통제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