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가 삼성전자의 핵심 고객사로 여겨졌던 테슬라와의 차세대 공정 협력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일론 머스크라는 초대형 핵심 파트너와의 접점을 확보함으로써 기술 신뢰도를 입증하는 동시에, 향후 글로벌 빅테크들의 추가 이탈을 이끄는 중대한 변곡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I 반도체 생산 거점인 '테라팹(TeraFab)' 프로젝트에 인텔의 최첨단 14A(1.4나노급)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공식 언급했습니다. 머스크는 "인텔은 테라팹 확장의 핵심 파트너이며, 양산 시점에 맞춰 14A 공정을 주력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은 이를 테슬라가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멀티벤더(Multi-vendor)' 전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공급처 간 경쟁을 유도해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한편, 지정학적 리스크나 특정 공장의 가동 변수로부터 칩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됩니다. 당초 삼성전자의 독점 수주가 유력했던 차세대 AI 칩 물량 중 일부가 인텔의 미국 내 생산 시설로 분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삼성 파운드리에는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의 반등 기세는 지표로도 감지됩니다. 인텔은 2026년 1분기에 파운드리 부문 매출이 54억2100만달러(약 7조4500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2% 성장했습니다. 특히 영업 손실 폭을 전분기 대비 개선하며 실질적인 경영 정상화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인텔 경영진은 현재 1.8나노(18A) 수율이 내부 목표치를 달성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애플, 엔비디아, AMD 등 핵심 고객사들과 14A 도입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머스크의 지지 선언 직후 인텔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20% 가까이 급등한 점도 시장의 기대감을 대변합니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삼성전자에 매우 도전적인 환경입니다. 1위 대만 TSMC는 최근 점유율을 70% 가까이 끌어올리며 삼성과의 격차를 60%포인트(P) 이상 벌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3나노부터 도입한 차세대 기술인 GAA(Gate-All-Around) 공정에서 경쟁사보다 3년 이상 앞선 양산 숙련도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팹의 가동 시점이 올 하반기로 지연되며 발생한 공급 공백이 뼈아픈 실책으로 작용했습니다. 미 정부의 파격적인 보조금과 '메이드 인 USA'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인텔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빅테크 수주전에 뛰어든 국면입니다.

삼성이 인텔에 추격을 허용하게 된 근본 원인은 '지정학적 이점'과 '공급망 안정성'에 있습니다. 인텔은 미국 내 자국 생산을 선호하는 빅테크들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한 반면, 삼성전자는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테일러 팹의 전략적 지연을 선택했으나 그 공백을 인텔이 파고든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1.4나노 양산 시점을 내실 강화 차원에서 2029년으로 조정하며 장기전을 준비 중이지만, 인텔이 속도전을 벌이고 있어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독보적인 GAA 기술력과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묶는 '원스톱 솔루션'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다"며 "다만 파운드리 비즈니스는 기술력만큼이나 약속된 시기에 물량을 대줄 수 있는 공급망 신뢰도가 핵심인 만큼, 테일러 팹의 조기 안정화와 대형 고객사의 실질적 수주를 통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