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0년 전 IT 업계가 꿈꿨던 '리얼타임 엔터프라이즈(RTE·실시간 기업)'가 이제야 현실이 되고 있다. 이제 컴퓨터는 정보를 보여주는 창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결과물을 내놓는 업무 수행의 주체다. AI 솔루션의 도입 시기와 활용 능력에 따라 기업의 존망이 결정될 것이다."

지난달 HP코리아 수장으로 복귀한 강용남 신임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인공지능(AI)가 가져올 가장 본질적인 변화로 '실시간 업무 처리'를 꼽았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쓰는 데 며칠이 걸렸다면, 이제는 고성능 컴퓨팅 파워를 가진 개인이 AI 에이전트와 함께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대로 진입했다는 진단이다.

강 대표는 1994년 LG전자에 입사한 이후 글로벌 PC 제조사 '빅3'로 불리는 델, 레노버, HP 한국 지사를 모두 거친 인물이다. 특히 레노버 아태지역 총괄을 지내며 공급망의 생리를 꿰뚫어 온 그는, PC 시장의 장기 침체를 끊어낼 승부수로 'AI 인프라의 대전환'을 제시했다.

그가 강조하는 변화의 핵심은 '중앙에서 분산으로의 이동'이다. 강 대표는 "모든 연산을 클라우드(중앙)에 의존하면 보안과 속도에서 병목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부서 단위로 고성능 GPU를 갖춘 'AI 팩토리'를 구축해, 부서 내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가공하고 보안을 유지하며 결과값만 도출하는 구조가 기업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전략은 국내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의 압도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다. HP는 국내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16분기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강 대표는 이 '전문가용 인프라'의 강점을 기업용 AI 시장으로 전이시켜 단순 제조사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보안, 서비스를 아우르는 'AI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HP코리아 강용남 대표가 회사 비전에 대해 설명 중이다./HP코리아 제공

특히 실적 반등과 관련해 "올해 말까지 HP 제품의 절반을 'AI 레디(Ready)' 제품으로 채워 고부가가치 중심의 수익 구조를 완성할 것"이라며 "단순 물량 경쟁을 넘어 평균판매단가(ASP)와 영업이익률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으로는 엔비디아 블랙웰(GB10)을 탑재한 초소형 워크스테이션 'ZGX 나노 G1n'처럼 하드웨어 한계를 넘어서는 시스템 통합 능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강 대표는 "경쟁사들이 범용 칩 탑재에 집중할 때 HP는 '울프 보안'과 100만 개 이상의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ISV) 검증 시나리오를 통해 시스템 안정성을 차별화했다"며 "초고출력 연산 시 발생하는 발열을 제어하면서 데이터를 완벽히 보호하는 기술력이 B2B 시장에서 델이나 레노버를 압도하는 HP만의 승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리얼타임 기업'이 개인의 업무 방식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양과 질이 비약적으로 커진다. 과거엔 대규모 부서가 매달려야 했던 마케팅 분석이나 법률 검토를 이제 개인이 AI 스테이션 한 대로 실시간 처리한다. 개인이 더 창의적인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1인 창업의 시대'가 가속화될 것이다."

―인프라 구조가 중앙 집중에서 분산형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보안과 효율 때문이다. 병원이나 연구소 같은 조직은 환자의 기록이나 연구 정보를 외부(클라우드)로 보낼 수 없다. 부서 내에 '작은 뇌' 역할을 하는 AI 스테이션을 두고, 거기서 데이터를 즉시 처리해야 진정한 의미의 온디바이스 AI가 완성된다. 기업의 IT 투자가 클라우드 일변도에서 로컬 인프라 확충으로 이동하는 배경이다."

―HP가 하드웨어 기업을 넘어 솔루션 기업으로 가려는 구체적 방향은.

"하드웨어를 파는 것을 넘어, 고객이 AI 에이전트를 즉시 구동할 수 있는 환경을 통째로 제공하는 것이다. 구독형 디바이스 서비스(DaaS) 등을 통해 기업이 큰 초기 비용 없이도 최신 AI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게 돕겠다. 실적 부진을 털어낼 HP의 신성장 동력은 바로 이 'AI 통합 생태계'에 있다."

―AI가 발전하면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도 완전히 달라지나.

"이전까지 컴퓨터가 정보를 '검색'하고 '기록'하는 수단이었다면, 앞으로는 컴퓨터가 스스로 '일'을 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대세가 된다. 2026년은 그 변화가 폭발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AI의 추론 로직이 2년 내에 인간의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기업은 이에 대비한 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고성능 PC가 필요한 이유를 일반 사용자가 체감하기 쉽게 설명한다면.

"과거에는 고성능 컴퓨터가 게이머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업무를 실시간으로 도와줄 '뇌'가 필요해졌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영상을 편집하며 법률 문서를 요약하는 일을 1분 안에 끝내려면 AI 스테이션급의 연산 능력이 필수적이다. 고가의 메모리와 NPU가 들어간 AI PC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수익을 만들어주는 생산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