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개최된 '투쟁 결의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정두용 기자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 폐지 실현하자.'

23일 오후 1시부터 이런 피켓을 든 삼성전자 직원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기지인 평택캠퍼스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경기 평택시 고덕동 1742번지 왕복 8차선 도로 약 1㎞ 구간은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이하 초기업 노조) 조끼를 입은 이들로 금세 붐볐다. 7만6100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초기업 노조는 최근 근로자 대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과반 노조' 달성을 경기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공식 확인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 내 3개 노조가 연합한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평택캠퍼스에서 '투쟁 결의 대회'를 개최했다. 오후 2시 본대회가 시작할 때 모인 인파는 약 4만명(경찰·노조 추산)이다. 이들은 연차나 쟁의 근태를 신청하고 집회에 참석했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직원 수가 12만8881명임을 고려하면 약 31%가 집회에 참석한 셈이다.

초기업 노조를 비롯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삼성전자 동행노조는 사측과의 2026년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결렬되자, 공동투쟁본부를 꾸리고 지난 3월 쟁의행위 투표를 진행해 과반 찬성을 받았다. 이에 따라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날 결의대회는 파업에 앞서 노조의 '실력 행사'를 보여줄 의도가 짙다.

삼성전자 공동투쟁본부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삼아 상한이 없는 성과급 지급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 노조 위원장은 "성과급 제도는 불투명하고 배분율도 알 수 없다"며 "(회사는) 성과급 상한 폐지·투명화·제도화는 외면한 채 일회성 포상이라는 명목으로 교섭을 마무리하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싸움을 두고 외부에서는 '이미 많이 받고 있으면서 더 돈 달라고 한다'고 말한다"면서도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으로 '인재 제일' 원칙을 되살리며, 우리의 당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집회는 대회 선언, 노조 깃발 입장, 노조위원장 투쟁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투쟁"을 수차례 외쳤다. 도로 곳곳에는 '적자는 경영 실패 결과' '참을 만큼 참았다, 생존권을 사수하자' 등의 현수막도 걸렸다.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개최된 '투쟁 결의대회'에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운집해 있는 모습./정두용 기자

삼성전자 공동투쟁본부는 앞서 이날 집회에 약 3만9000명 참석을 예상했다. 실제 집회 참석자가 이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노조가 향후 파업에 돌입한다면 실제 생산 차질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초기업 노조 조합원의 80% 이상은 DS(반도체) 부문 소속이다.

DS부문 직원 이모(37)씨는 "선후배 동료 대다수가 쟁의 근태를 내고 집회에 함께 왔다"며 "근무지인 화성에는 사실상 부장급 정도만 남아 있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초기업 노조 간부도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4만명이 근무에서 빠졌는데 생산 차질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집회가 2시간 안팎으로 짧게 진행돼 실제 생산 차질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집회 참석률이 예상보다 높아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생산 차질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업 참여가 집회 참석률 정도로 이어진다면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가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을 비판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정두용 기자

한편 '투쟁 결의 대회' 개최에 앞서 삼성전자 주주의 노조 비판 집회가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열리기도 했다. 현장을 찾은 소액주주들은 '삼성은 대한민국 500만 주주와 함께한다'는 현수막과 함께 '삼성 주주 배당 11조! 삼성 직원 배당 40조?'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섰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등기부상 저 공장의 지분을 갖고 있는 진짜 주인은 주주"라며 "반도체 호황 사이클에서 공장을 멈춰 세우는 것은 삼성전자와 주주들의 실물 자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