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삼성전자 홈페이지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의 장비 교체·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생산 차질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시안 공장은 128단 낸드 등 상대적으로 구공정 제품 생산 비중이 높았다. 글로벌 낸드 업계의 주력 제품이 200단~300단대로 올라가면서 생산성·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시안 공장 전반의 생산라인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장비를 걷어내고 새 장비를 반입·설치한 뒤 공정을 다시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낸드 생산량 감소를 피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낸드 사업의 수익성은 높아지지만 시장 점유율 측면에선 파이가 줄어들거나 정체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의 낸드 웨이퍼 월평균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월 15만장 안팎이던 생산 규모가 올해 들어 5~6%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글로벌 낸드 시장이 호황 구간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주력 해외 생산거점 중 하나인 시안 공장의 공급량이 줄고 있는 것이다. 경쟁사인 일본 키옥시아와 중국 YMTC가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과 대비된다.

업계는 이번 생산 감소의 핵심 배경으로 시안 공장의 '과도기'를 지목한다. 낸드는 셀을 수직으로 쌓아 용량을 키우는 구조여서 적층 단수가 높을수록 동일 면적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그만큼 원가와 생산성 측면에서도 고단화가 중요하다. 하지만 시안 공장은 한동안 128단 제품 비중이 높아, 고단 낸드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삼성전자가 당장의 생산 차질을 감수하면서도 장비 교체를 서두르는 이유는 결국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 최대 낸드 업체인 YMTC가 294단 제품까지 양산에 나서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100단대 제품으로는 중국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가 어려워졌고, 범용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기존 공정으로 물량을 유지하는 것보다 생산라인을 상향 전환해 차세대 제품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강화될 경우 첨단 장비의 중국 반입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규제 환경이 더 경직되기 전에 주요 라인의 고도화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생산라인의 전면 업그레이드는 장비만 들여놓는다고 끝나는 작업이 아니다. 장비 교체 이후에도 공정 조건을 다시 맞추고, 수율을 안정화하며, 생산 제품 구성을 시장 수요에 맞게 재조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공장의 대규모 설비 교체를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율과 사이클타임, 제품 믹스까지 포함해 업계가 체감하는 완전 정상화 시점은 통상 6~9개월, 경우에 따라 12개월 이상으로 보는 게 무리 없는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낸드 업계는 대규모 공정 전환 과정에서 공급 차질을 겪은 바 있다. 평면(Planar) 낸드 중심 생산 체계가 3차원(D) 낸드로 넘어가던 시기 삼성전자와 키옥시아 등 주요 업체들이 일제히 장비 교체에 나서면서 시장 전반의 공급이 빠듯해진 전례가 있다. 이번 시안 공장 업그레이드 역시 삼성전자의 문제를 넘어 향후 낸드 시장 수급과 가격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단기적인 생산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차세대 낸드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마쳐야 향후 시장 주도권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