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대규모 집회 등 초유의 노동조합 리스크에 직면한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위한 근무가 이뤄져야 한다고 안내했다. 삼성전자 노조 측이 필수 인력까지 파업·집회 참여를 시사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노조는 사측이 언급한 안전보호시설의 범위가 '생산 유지'와 관련돼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안전보호시설은 노조법 42조 2항에 따라 파업·집회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취지의 사내 공지를 올렸다. 이를 위한 필수 인력은 파업·집회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노조법 42조 2항에는 노조가 쟁의행위로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에 대한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방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노조는 물론 조합원 개인도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 노조는 삼성전자가 파업 시 공중의 일상생활과 국민 경제를 위협하는 필수 공익 사업장이 아니라서, 자신들의 쟁의행위가 노조법 42조 2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노조의 주장이 불법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라고 봤다. 삼성전자는 공지에서 대법원 확정 판례(2020나12248)를 들며 일반 기업의 안전보호시설도 쟁의행위 중 정상적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안전보호시설의 정상 운영은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 제93조에도 명시돼 있어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상 운영의 의미는 평일엔 평일 수준으로, 휴일에는 휴일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노조에 안전보호시설 정상적 유지·운영을 위한 협조 요청 외 쟁의행위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 "최소 20조원 손실"… 삼성전자 노조, 필수 인력 집회·파업 참여 시사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 삼성전자 지부(초기업 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 동행노조는 공동투쟁본부를 꾸리고 지난 3월 쟁의행위 투표를 진행해 과반 찬성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달 23일에는 평택캠퍼스에서 대규모 집회도 연다.
삼성전자 공동투쟁본부 측은 회사에 대규모 손실을 주겠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 노조 위원장은 17일 '과반 노조 달성'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사는 시설 유지나 원재료 폐기 등을 문제 삼고 있는데, 제조와 기술 인력은 기존 단체협상에서 협정 근로자(파업 등 쟁의행위 기간에도 계속 근무하기로 합의한 조합원) 대상이 아님을 확인했다"며 "18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을 때 설비 백업을 고려하면 최소 20조원에서 30조원 규모의 손실이 회사 측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안전보호시설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원도 파업·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 사측·노조 '필수 인력' 설정 범위 간극 커… 업계 우려 증폭
삼성전자는 이에 지난 17일 공동투쟁본부 측에 공문을 보내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했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해당 공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과 '인공지능(AI) 센터' 산하 143개 파트 소속 직원 2031명이 안전보호시설 등의 정상 운영에 필요한 필수 인력이라고 봤다. 해당 파트 전체 직원 2518명 중 80.7%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공동투쟁본부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협정 근로자 지정은 법령상 강행 사항이 아니라 노사 간 합의를 통해 결정되는 임의적 교섭 사항"이라며 "필수 유지 업무와 같이 법률상 강제되는 범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초기업 노조 측은 특히 법무법인 마중의 법률 검토 결과를 공개하며 삼성전자가 설정한 필수 인력보다 더 많은 인원이 파업·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마중은 소방·응급 시설과 화학물질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안전·환경 전문 대응 조직(ERT)은 파업·집회 상황에도 정상 근무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외 파트의 직원은 협정 근로자로 '일부 인정'되거나 '제외'된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가 사측의 요청과 달리 필수 인력까지 파업·집회에 투입해 생산 차질이 생긴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의 불법 파업이 강행될 경우, 생산 차질을 넘어 화학물질 유출·화재 등의 대형 안전사고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설비는 전원 차단 후 재가동 시 공정 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백업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수원지방법원에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을 금지해 달라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