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차기 CEO에 낙점된 존 터너스(John Ternus·51)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애플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제품의 미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입니다."(팀 쿡 애플 현 CEO)

존 터너스(John Ternus·51)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 오는 9월부터 애플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를 이끌게 됐다. 그는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소비재를 발명한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 아이폰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여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만든 팀 쿡 CEO의 뒤를 잇게 된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터너스 수석부사장을 차세대 리더로 낙점한 것은 애플이 안정보다 잡스 때와 같은 혁신을 통해 기술 중심 기업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진단한다.

디판잔 차터지 포레스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터너스 수석부사장에 대해 "하드웨어 엔지니어 출신으로, (애플이) 제품을 지능형 경험을 위한 기반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려는 동시에 물리적 제품에서도 차별화를 추구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애플 모든 제품 꿰뚫고 있어… "에어팟·맥·아이패드·아이폰·비전 프로까지"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애플에서 25년간 근무했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는데, 졸업 프로젝트로 사지마비 환자들이 머리 움직임으로 조작할 수 있는 로봇 팔을 설계한 것으로 전해진다.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애플 입사 전 버추얼 리서치 시스템즈(VRS)에서 기계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버추얼 리서치 시스템즈는 1980~1990년대 초창기 가상현실(VR) 열풍을 이끌며 VR 헤드셋과 몰입형 기술을 개발했던 회사다. 버추얼 리서치 시스템즈에서의 경험을 통해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최첨단 디스플레이 기술과 가상현실 인터페이스를 접할 수 있었고, 이후 애플 비전 프로와 같은 제품 개발에 자산이 됐다.

그는 2001년 애플의 제품 디자인 팀에 합류했다. 당시 스티브 잡스가 회사에 복귀하고, 아이맥이 회사를 부활시켰으며, 애플은 업계 전체를 재정의할 제품들을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제품 디자인 팀에서 비교적 신입 멤버였던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처음에는 맥용 외장 모니터 개발을 담당했다. 이후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2013년에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승진해 에어팟, 맥, 아이패드 개발을 총괄했다. 2020년에는 하드웨어 부문을 담당한 댄 리치오 수석부사장이 직접 담당했던 아이폰 하드웨어 엔지니어링까지 맡게 되면서 업무 영역이 확장됐다. 리치오 수석부사장이 2021년 1월 애플 비전 프로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사임하자, 그는 애플 임원진으로 발탁돼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 됐다.

터너스 수석부사장의 강점은 애플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애플의 거의 모든 주요 제품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총괄해 왔다. 모든 세대의 아이패드, 최신 아이폰, 에어팟에 그의 손길이 닿아 있다. 애플이 인텔과 퀄컴 등 외부 반도체 업체에 의존해오다가 '애플 실리콘'이라는 이름의 자체 칩을 생산해 제품에 통합하는 데에도 터너스 수석부사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애플 비전 프로와 같은 혁신 제품도 이끌어왔다. 최근 애플 키노트에서는 새로운 아이폰 에어를 소개했다. 애플은 보도자료에서 그의 팀이 새로운 맥북 네오와 아이폰 17 시리즈 개발에 필수적이었다고 언급했다.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제품 출시를 넘어 전통적인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범위를 넘어서는 책임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의 애플 전문가 마크 커먼은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카리스마 넘치고 애플 충성 고객들에게 존경받는 인물로 쿡 CEO의 신뢰를 받아 제품 로드맵, 기능, 전략에 대한 핵심 의사 결정권자로 부상하며, 전통적인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의 범위를 넘어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파크에서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 팀 쿡 CEO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애플

◇ "AI 분야서 초반부터 성공 거둬야 하는 압박"

터너스 수석부사장의 승진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지난 1년간 그는 유력한 CEO 후보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제프 윌리엄스가 작년 7월 운영 책임에서 물러나면서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쿡 CEO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다.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급변하는 AI 환경 속에서 어떻게 애플이 차세대 혁신을 이뤄낼지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포천은 터너스의 승진에 대해 "애플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이폰 외 제품군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 효율성보다 기술 혁신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애플 비전 프로의 어려움과 AI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 노력은 애플의 다음 도약을 위해 기술적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댄 아이브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터너스는 특히 AI 분야에서 초반부터 성공을 거둬야 한다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잡스·쿡 이은 리더십… "카리스마 넘쳐"

51세인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2011년 CEO가 됐을 당시 팀 쿡과 나이가 같다. 이 때문에 그 역시 향후 10년 이상 장기간 리더십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리더십은 안정적인 경영을 선호하는 애플 이사회에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경쟁자로 꼽힌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수석부사장보다 여섯 살 젊다. 여기에 애플이 차기 리더로 터너스를 선택한 것은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승진을 선호하는 애플의 전략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터너스가 애플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 나갈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잡스 창업자가 특유의 카리스마와 혁신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인물이었다면, 쿡 CEO는 애플 워치·에어팟·애플 TV+처럼 기존 제품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분야에서 안정을 추구하며 성공을 거뒀다.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끈기와 집념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4년 데일리 펜실베이니언(Daily Pennsylvanian) 보도에 따르면, 그는 기계공학도로서 학업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수영 선수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대학 수영 대회에서 50m 자유형과 200m 개인혼영에서 모두 우승하며 뛰어난 운동 능력을 보여줬다. 주목되는 점은 그가 펜실베이니아대 남자 수영팀에서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한 "올해의 레터 위너(Letter Winner)"라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터너스에 대해 "애플 경영진 중 최연소 멤버로 사내에서 카리스마 넘치고 인기가 많다"고 평가했다. 터너스와 긴밀히 협력했던 애플의 전 구매 책임자 토니 블레빈스는 그를 "매우 꼼꼼한 엔지니어이자 현명한 경영자"라며 "(그가 쿡의 후임으로 선정된 것은) 탁월하고 당연한 선택"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