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인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가 차세대 자동차 아키텍처의 핵심 동력으로 RISC-V를 낙점하고,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및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를 정조준한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인피니언은 20일 서울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존 주력 제품인 트라이코어와 암 기반 제품군에 RISC-V 라인업을 추가한 새로운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출시 계획을 공개했다.
마이크로컨트롤러(MCU)는 자동차의 브레이크, 핸들, 엔진 등을 제어하거나 각종 센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과거에는 단순히 기계적인 동작을 조절하는 데 그쳤으나, 이제는 자동차가 하나의 거대한 연산 시스템으로 진화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신규 제품군은 인피니언의 대표 브랜드인 아우릭스 포트폴리오에 통합되며, 저사양 모델부터 현재 시장 수준을 뛰어넘는 고성능 모델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라인업을 갖춰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도입될 전망이다.
이번 신제품의 핵심인 RISC-V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 기반의 반도체 설계 표준이다. 특정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동차 제조사가 원하는 기능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는 아키텍처상의 자유와 확장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피니언은 보쉬, 퀄컴 등과 함께 합작 법인 퀸타우리스를 설립해 RISC-V의 글로벌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엔비디아가 자사 인공지능 기술인 쿠다를 RISC-V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인피니언은 실제 물리적인 칩이 출시되기 전이라도 컴퓨터상에서 소프트웨어를 미리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는 가상 프로토타입 기술을 앞세워 시프트 레프트 전략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통상 3~4년이 소요되던 차량 플랫폼 개발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여 고객사가 시장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실리콘 칩이 나오기 전에 이미 소프트웨어 구성 요소 구현과 성능 측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존 트라이코어 아키텍처의 도태 우려에 대해 토마스 뵘 인피니언 오토모티브 MCU 부문 수석 부사장은 "순차적인 세대교체는 과거의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트라이코어는 인피니언이 20년 넘게 자동차 제어 분야에서 성공을 거둬온 독자 기술이다. 토마스 뵘 부사장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많은 고객사가 이미 트라이코어 기반의 방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브레이크나 엔진 제어 등 전통적 영역은 트라이코어를 계속 발전시키고, 고성능 네트워킹과 인공지능 연산 영역에는 RISC-V를 적용하는 병렬적 공존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인피니언은 전력 시스템과 사물인터넷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서, 2025년 기준 차량용 제어칩 시장 점유율을 36%까지 확대하며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인피니언은 앞으로도 한국 시장 내 주요 고객사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여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지켜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