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맥락 파악이 가장 중요한데, 캔바 AI는 이용자가 무엇을 만들고 싶어하는지를 간파해 아이디어를 완성된 결과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좁히고, 업무 생산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AI 기업들의 디자인 도구와 차별화됩니다."
캐머런 애덤스 캔바 공동창업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지난 17일 조선비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구글, 앤트로픽 등이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 디자인 도구가 기존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그는 "인상적인 AI 도구들이 많지만, 대부분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시작점을 잡는 데 집중하고 있어 최종 결과물에 이르는 전체 여정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창작 업무는 아이디어 구상부터 자료 검색, 실제 디자인, 편집·수정, 최종 결과물 완성까지 아우르는 작업인데, 주요 AI 도구는 첫 단계에만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존의 AI 도구는 편집 등의 후속 작업이 어려워 이를 사용하면 일회성 디자인을 생성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수정을 원하면 처음부터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하고, 결국 이용자는 프롬프트(지시) 입력을 반복하는 굴레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캔바가 지난 16일(현지시각) 선보인 '캔바 AI 2.0'가 디자인 업무 전반을 통합 관리해 업무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AI 도구와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애덤스 CPO는 "'캔바 AI 2.0′은 회사 역사상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며 "이로써 캔바는 'AI 도구를 탑재한 디자인 플랫폼'에서 '디자인 도구를 갖춘 AI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작했다"고 했다.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캔바는 전 세계 190개국에서 2억6500만명이 사용하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캔바는 발표자료, 이력서, 웹사이트, 소셜미디어(SNS) 게시물 등에 활용되는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과 시각 콘텐츠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내세워 탄탄한 이용자 기반을 확보했다. 지난해 연간 반복 매출(ARR)은 약 40억달러(약 5조9400억원)로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전체 이용자 중 유료 구독자는 3100만명을 달성했다. 비상장사인 캔바의 기업가치는 1000억달러(약 148조원)로 평가되는데, 이는 호주에서 탄생한 기술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다.
캔바가 주목받는 이유는 AI 시대에 맞춰 발빠르게 AI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에 따르면 캔바는 챗GPT와 제미나이에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생성형 AI 플랫폼이다. a16z는 "캔바는 AI 도구 모음인 '매직 스위트'를 중심으로 성장 엔진을 구축했다"며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AI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최근 구글 '스티치'를 비롯한 AI 기반 디자인 도구의 부상으로 어도비, 피그마 등 주요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캔바는 신속하게 AI 전환에 나서 방어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캔바도 AI가 촉발한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소프트웨어 종말론)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나마 선방했다고 보고 있다.
애덤스 CPO는 지난 2013년 공동창업자인 멜라니 퍼킨스 캔바 최고경영자(CEO), 클리프 오브레히트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캔바를 설립했다. 구글 출신인 애덤스 CPO는 캔바에서 제품 디자인과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디자인 친화적'인 시장 중 하나"라며 "이제 K-컬처는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이용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기 때문에 AI 시대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부합하는 곳이기도 하다"라며 "캔바가 한국 기업과 학생, 스타트업, 크리에이터의 창작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애덤스 CPO와의 일문일답.
―최근 출시한 '캔바 AI 2.0'은 어떤 제품인가.
"'캔바 AI 2.0′은 단순히 디자인을 제작하는 수준을 넘어 전체 워크플로우(창작 업무 흐름)를 지원하는 대화형 에이전트 플랫폼이다. 채팅창에 자연어로 프롬프트(지시)를 입력하면 캔바 AI가 디자인 생성부터 수정 작업을 이용자 대신 자동으로 수행하고, 이메일이나 회의 자료를 기반으로 업무의 맥락을 파악해 작업 일정을 관리한다. 기획 단계부터 중간 수정, 최종 결과물 완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창작 속도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한마디로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손쉽게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주머니 속 창작 파트너'인 셈이다.
'캔바 AI 2.0'은 지난 10년 동안 디자인 분야에서 일어난 변화 중 가장 큰 도약이자 캔바의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고 자부한다. 이는 캔바가 'AI 도구를 얹은 디자인 플랫폼'에서 '디자인 도구를 갖춘 AI 기반 플랫폼'으로 재편되는 근본적인 변화의 출발점이다."
―디자인의 본질을 이해하는 세계 유일의 모델이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그동안 글쓰기나 코딩, 추론 분야에서는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디자인은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 중 하나로 남아 있었다. 그 이유는 시각적으로 보기 좋은 디자인 뿐만 아니라 그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 투입된 수많은 요소와 제작·편집 과정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AI 기업에서는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캔바는 수년간 디자인의 본질을 이해하는 토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 왔다. '캔바 AI 2.0'은 캔바가 자체 개발해 지난해 10월 출시한 디자인 특화 AI 모델 '캔바 디자인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지난 14년간 캔바 플랫폼에서 축적된 방대한 디자인 데이터를 모델 훈련에 활용했다. 단순히 '보기 좋은 디자인'만 학습하는 게 아니라 디자인의 핵심 구성 요소인 레이아웃, 계층 구조, 타이포그래피, 색상, 정렬 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변하는지를 담은 제작 과정을 학습했다. 그래서 '캔바 AI 2.0'에서 생성된 모든 결과물은 이용자가 미세 조정하고 수정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된다."
―AI가 '의도'와 '상상력'을 파악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역사적으로 상상력이 부족해서 창작 활동이 어려웠던 적은 없다. 사람들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알지만,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구현하기까지의 간극이 장애물로 작용한다. '캔바 AI 2.0'은 이 간극을 좁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캔바는 창작 활동을 할 때 이용자들이 입력하는 프롬프트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슬라이드를 만들어줘"라는 요청은 대략적인 틀을 원하는 것인지, 완성도가 높은 프레젠테이션을 원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우리는 이용자가 실제 무엇을 요청하는지 파악하는 '의도 라우팅'에 투자했다.
디자인에서는 맥락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캔바 AI는 이용자의 의도를 올바르게 해석해 필요한 작업을 진행하고, 시간이 갈수록 이용자의 스타일과 취향을 학습해 뚜렷한 지시 없이도 이용자나 브랜드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디자인을 생성해낸다."
―구글 '나노 바나나' 같은 AI 기반 도구가 기존 디자인 플랫폼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최근 인상적인 AI 도구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시작점을 잡는 데 초첨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아이디어 구현부터 최종 결과물 완성까지 이르는 전체 여정에는 대응하지 못한다. 캔바는 창작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엔드투엔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여전히 많은 AI 도구들은 후속 작업이 어려운 평면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그친다. 수정을 하고 싶으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해야 하고, 이용자는 결국 프롬프트 입력을 반복하는 굴레에 빠지게 된다. 캔바에서 이용자들은 AI 생성과 직접적인 편집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결과물을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다. 여러 명이 실시간으로 손쉽게 작업할 수 있는 협업 환경도 다른 AI 도구에는 없는 캔바만의 강점이다."
―캔바는 190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국 시장의 특징과 성장 잠재력은.
"한국은 캔바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이고, 세계에서 가장 '디자인 친화적'인 시장 중 하나이다. 이제 K-컬처는 글로벌로 확산되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이용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수용한다는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한국은 AI 시대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주는 시장이기도 하다.
지난 1년간 한국에서만 9000만개 이상의 디자인이 생성됐다. 그 중에서 프레젠테이션(PPT), 소셜미디어(SNS) 게시물, 포스터, 영상, 문서 유형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한국은 '캔바 코드(Canva Code)'를 통한 AI 기반 코드 생성 분야에서도 글로벌 상위권에 속해, AI 활용도 측면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앞으로 캔바는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 학생, 크리에이터 등의 핵심 창의성 파트너로 거듭나기 위해 관련 협력과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예상하고 있는데, 향후 계획은.
"구체적인 IPO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될 때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