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약 2억6500만명이 사용하는 디자인 플랫폼 캔바(Canva)가 인공지능(AI)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단순히 시각 콘텐츠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 구상부터 결과물 완성까지 전체 창작 업무 흐름(워크플로우)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멜라니 퍼킨스 캔바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AI 기반 디자인 모델 '캔바 AI 2.0'을 공개하면서 "시각 콘텐츠 제작 업무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통합 디자인 AI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캔바의 AI 연구소가 개발한 디자인 전용 AI 모델을 기반으로 구동하는 '캔바 AI 2.0'은 사용자가 아이디어 구상부터 자료 검색, 실제 디자인 작업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완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챗GPT·제미나이 등 널리 쓰이는 AI 챗봇처럼 대화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 채팅창에 "최신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홍보하는 활기찬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만들어줘" "제품이 더 돋보이게 바꿔줘" 등 요구사항을 글이나 음성으로 입력하면 AI가 사용자의 과거 작업 내역 등을 참고해 콘텐츠 제작과 수정을 진행한다.
퍼킨스 CEO는 "캔바는 2013년 설립 이후 10년간 복잡하고 파편화된 디자인 작업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해 쉽고 간편하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이전에는 그래픽 디자인에 필요한 템플릿(양식)을 생성하는 도구, 폰트를 만드는 도구, 스톡 이미지를 찾는 도구 등 작업마다 각기 다른 도구를 사용해야 했는데, 캔바는 이를 한 곳에 모아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디자인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했다.
그는 "이번에는 전체 창작 과정이 수많은 도구, 탭, 워크플로우에 걸쳐 분산되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러닝화를 홍보하는 캠페인을 만들 때 광고 이미지, 인스타그램 등 SNS 게시물, 인스타그램 스토리, 유튜브 영상 썸네일 등 같은 디자인을 용도별로 조금씩 바꿔야 한다. 퍼킨스 CEO는 "'캔바 AI 2.0′으로 러닝화의 멀티 채널 캠페인 계획을 요청하면 모든 목적에 맞는 캠페인을 한 번에 생성할 수 있고, 폰트·색상·위치 등의 디자인 요소 편집도 AI 에이전트에 위임할 수 있다"고 했다.
'캔바 AI 2.0'은 메모리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사용자의 기존 디자인 결과를 학습해 보다 개인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고, 이메일이나 슬랙 같은 사내 업무용 메신저에서 주고받은 대화를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 목적과 용도를 미리 파악해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나 구글 캘린더에 올라온 회의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프레젠테이션(PPT)를 1분 내로 만들어내고, 슬랙에 올라온 최신 정보를 참고해 팀 공지사항을 매주 자동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퍼킨스 CEO는 "여러 앱과 플랫폼에 걸쳐 흩어져 있는 작업과 맥락을 한 곳에 모아 필요한 시각 콘텐츠를 만들 때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검색 기능도 추가했다. 캐머런 애덤스 캔바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영양제 브랜드를 위한 제안서 작성에 필요한 정보를 '캔바 AI 2.0'에 검색하면 관련 정보를 웹에서 끌어와 문서나 표의 형태로 정리해준다"고 했다.
클리프 오브레히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캔바 AI 2.0'의 차별점으로 속도와 가격 경쟁력를 꼽았다. 그는 "캔바가 자체 개발한 AI 모델은 프론티어 모델과 비교해 5배에서 20배 낮은 비용으로 실행할 수 있고 속도도 훨씬 빠르다"라며 "지난 14년간 쌓은 방대한 디자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특화 모델"이라고 했다.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캔바는 지난달 미국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집계한 전 세계 생성형 AI 앱 월간 방문자 수 순위에서 챗GPT와 제미나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a16z는 캔바에 대해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AI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최근 구글 '나노바나나'를 비롯한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의 부상으로 어도비, 피그마 등 주요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캔바는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캔바는 AI를 플랫폼 전반에 발빠르게 도입한 결과 지난해 연간 반복 매출이 40억달러(약 5조9400억원)로 전년 대비 50% 가까이 성장했다. 월간 사용자는 2억6500만명이고, 이 가운데 유료 구독자는 3100만명에 달한다. 기업 고객도 늘면서 관련 매출도 5억달러를 넘어섰다.
회사는 AI 투자와 관련 연구개발(R&D) 지원, 유망 기업 인수 등을 통해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캔바의 AI 연구소는 100명 이상의 전담 AI 연구원을 두고 있고, 지난 2024년 AI 스타트업 레오나르도AI를 인수하면서 자체 AI 모델 개발에 돌입했다. 이달 초에는 AI 협업·에이전트 관리 스타트업 심티오리와 마케팅 자동화 스타트업 오르토를 사들였고, 2주 전에는 디지털 옥외 광고 스타트업 둘리를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애니메이션 스타트업 카발리와 광고 성과 개선 기업 망고AI를 사들였다.
오브레히트 COO는 "AI는 어디에나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2는 아직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라며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비주얼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캔바 AI 2.0'는 16일(현지시각)부터 리서치 프리뷰(미리보기) 형태로 선착순 100명을 대상으로 우선 제공되며, 이후 점진적으로 공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