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반 노조 달성을 선언하고 있다./정두용 기자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조합원으로 확보한 노동조합이 공식 출범했다. 과반 노조는 근로자 대표 지위를 확보하게 돼 법적으로 각종 권한을 보장받는다. '5월 총파업'을 주도하는 노조의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에 노사 리스크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이하 초기업 노조)는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반 노조 달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초기업 노조는 지난 1월 29일 가입자가 6만2500명을 넘어섰다며 과반 노조 달성을 주장했다. 이후 노사는 고용노동부 경기지방고용노동청을 통해 근로자 대표 지위 확보를 위한 조합원 수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최근 과반 노조 충족이 확인되면서 이날 근로자 대표 지위 확보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초기업 노조 가입자는 7만5300명에 달한다.

최승호 초기업 노조 위원장은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초로 '과반수 노동조합' 달성을 선언한다"며 "작년 9월 6000여 조합원이 불과 7개월 만에 7만5000여 명으로 성장했고, 이는 삼성전자의 변화를 원하는 직원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하나로 모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의 정당한 확인 절차를 거쳐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확보했다"며 "사측이 일방적으로 운영해 온 노사협의회가 근로자를 대표하는 시대는 끝났고, 오직 초기업 노조만이 12만8000명의 삼성전자 직원을 대표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에는 2018년 처음 노조가 생겼다. 현재는 5개 조합이 활동하는 복수 노조 체제다. 그간 대표성을 지닌 과반 노조가 없어 임금 교섭 등이 각자 진행됐다. 2026년도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의 경우 5개 노조 중에서도 규모가 큰 ▲초기업 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 동행노조가 공동교섭단을 꾸려 진행됐다. 공동교섭단은 약 3개월간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사측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 2월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3개 노조는 이후 공동투쟁본부를 꾸리고 지난 3월 진행한 쟁의 행위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받아 '5월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오는 21일에는 집회도 열 계획이다. 이에 사측은 DS(반도체) 부문이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특별 포상 등을 통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을 넘어서는 보상을 주겠다고 제안하는 등 갈등을 봉합하고자 했다. 그러나 공동투쟁본부 측은 제도 변경을 통한 영구적인 상한선 폐지를 고수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제공과 상한 폐지의 (일회성이 아닌) 제도화가 요구 사항"이라며 "모든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해 이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 대표를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혹은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 대표는 탄력·선택적 시간제 등 근로조건의 핵심 사항을 사용자와 직접 서면 합의할 수 있다. 또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 주체가 되는 등 다양한 법적 권한을 가진다.

초기업 노조는 근로자 대표 권한을 행사해 향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원천 차단 ▲조합원 중심 노사협의회 구성 ▲과반 교섭력을 통한 실질적 처우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모든 직원이 자연스럽게 노조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유니온샵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공동투쟁본부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최 위원장은 "18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을 때 설비 백업을 고려하면 최소 20조원에서 30조원 규모의 손실이 회사 측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파업이 불법에 해당한다고 보고 전날 수원지방법원에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최 위원장은 이에 대해 "회사에서 노조법 제38조의 2항인 시설 유지나 원재료 폐기 등을 문제 삼고 있는데, 제조와 기술 인력은 기존 단체협상에서 협정 근로자 대상이 아님을 확인했다"며 "법무법인 검토 결과에 따라 정당한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기업 노조는 또 최근 불거진 이른바 '블랙리스트' 유출 사건에 노조원이 연관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DS 부문 조합원이 80%를 넘어가면서 각 부서에서 과열되는 현상이 있었다"며 "일부 조합원이 본인 부서 사람들의 가입 여부를 체크하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분명히 잘못된 사안이고, 회사가 수사 의뢰를 한 만큼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