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양산한 쿼드레벨셀(QLC) 9세대 V낸드 제품./삼성전자 제공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세에 낸드플래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등 글로벌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이 증설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 능력 확대는 D램에 선제적으로 집중되고 있고, 키옥시아의 증설도 단기간에 수요를 맞출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낸드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17일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 범용 제품(128Gb 16Gx8 MLC, 메모리카드·USB용)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7.73달러로, 전월(12.67달러) 대비 39.95% 상승했다. 지난해 1월 2.18달러와 비교하면 약 8배 증가한 수치다. AI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반면, 낸드 제조사들의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다.

AI 산업 성장세에 D램뿐만 아니라 낸드 공급 부족도 심화하고 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추론 능력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낸드 기반 기업용 SSD(eSSD)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4~6년 주기의 데이터센터 서버 교체도 겹치면서 수요가 폭증했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낸드 업황 부진으로 글로벌 낸드 제조사들이 감산을 단행한 바 있어 수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은 낸드보다 더 가파르게 수요가 폭발한 D램 생산에 집중하면서 낸드 증설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낸드 생산 능력 증가가 단기적으로 제한적인 상황에서 AI 수요가 급증하며 올 한 해 동안 가격 상승세가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뉴스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중국 낸드 공장에서 공간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1공장의 공정 전환 투자를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되며, 올 하반기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시안 2공장은 웨이퍼 기준 월 약 4만장 수준의 생산 능력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다롄 2공장에 최대 웨이퍼 기준 월 5만장 수준의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신규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신규 생산 라인에서도 공간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신규 생산 기지인 평택캠퍼스 5공장(P5)과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제1기 팹(Y1)에서도 낸드 생산 라인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능력 확대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지만, 낸드 수요도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국내외 공장에서 생산 라인을 확충하기 위한 공간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키옥시아와 마이크론 등 해외 낸드 제조사들도 생산 능력 확대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 일본 키옥시아는 지난해부터 증설 투자를 집행해, 올해 일본 요카이치 팹에 웨이퍼 기준 월 3만장 수준의 생산 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미국 마이크론이 설비 투자를 단행한 싱가포르 신규 낸드 팹은 올해 착공을 본격화해 2028년 양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