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설계를 마친 인공지능(AI) 반도체 'AI5'를 공개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사인 삼성전자에 감사의 뜻을 전한 가운데 업계에선 그동안 우려했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2나노 공정이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2나노 공정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올해 농사가 걸린 최대 승부처다. 다만 아직 성숙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수율과 수익성, 테슬라 외 추가 고객사 확보가 필수적이기에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서도 수율, 성능 문제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나노 수율은 50%대 중반 수준이며, 통상 안정적인 양산 기준으로 거론되는 60% 안팎에는 아직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TSMC가 이미 80~90% 수율을 확보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 수치다. 삼성전자는 현재 1세대 2나노 제품 양산을 개시한 상황이며 연내 2세대 2나노 제품 생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은 단순히 선폭을 더 줄인 미세화 기술이 아니라 전력 효율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기존 핀펫(FinFET)보다 한 단계 진화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를 도입했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게이트(Gate)가 네 면에서 감싸는 구조로 설계해 전류 제어력을 강화하고 누설전류를 줄이는 데 유리한 방식이다. 5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또 미세공정이 진화할수록 전력 효율과 발열 문제가 중요해지는 AI 반도체 시대에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율이다. 첨단 공정은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실제 삼성전자는 경쟁사에 비해 1~2년 앞서 GAA 기술을 도입했으나 최근 수년간 해당 기술을 안착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수율이 일정 수준에 오르지 못하면 고객사는 공급 안정성을 확신하기가 어렵고, 파운드리 업체는 생산량을 늘릴수록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의 2나노 역시 기술 완성도 자체보다 실제 양산 수율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핵심 평가 잣대가 될 전망이다.
수익성 확보도 만만치 않은 숙제다. 첨단 공정은 막대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가 선행된다. 여기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첨단 패키징, 설계자산(IP), 후공정 연계까지 모두 고도화해야 한다. 결국 특정 고객 한두 곳의 상징적 수주만으로는 파운드리 사업의 구조적 적자를 해소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대형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통해 고정비를 분산해야 비로소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며 "삼성전자가 2나노에서 기술 시연의 레벨을 넘어 TSMC처럼 제대로 '돈 버는 공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의 현지 대응 능력도 중요한 변수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첨단 파운드리 생산 거점을 통해 테슬라를 비롯한 빅테크 고객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첨단 장비 반입과 고객 물량 확보, 칩 생산 수율, 납기 준수 여부 등 디테일한 '서비스 전략'이 향후 수주 규모와 고객 신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