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수원지방법원에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을 금지해 달라며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을 16일 신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가처분 신청이 경영상 중대한 손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예방 등을 목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파업이 '위법한 쟁의 행위'라고 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5개 조합이 활동하는 복수 노조 체제다. 이 중 규모가 큰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 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 동행노조는 공동교섭단을 꾸리고 사측과 2026년도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약 3개월간 협상했으나, 지난 2월 교섭을 결렬했다. 이들은 이후 공동투쟁본부를 꾸리고 지난 3월 진행한 쟁의 행위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받아 '5월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오는 21일에는 집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사측은 DS(반도체) 부문이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특별 포상 등을 통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을 넘어서는 보상을 주겠다고 제안하는 등 갈등을 봉합하고자 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제도 변경을 통한 영구적인 상한선 폐지를 고수했다. 노조는 현재 사측에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 성과급 5억4000만원 제안에도… 노조 "사업장 점거 확장할 것"
삼성전자가 노조에 제안한 협상안이 실현됐을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받는 성과급은 인당 평균 5억4000만원에 달한다. 평균 연봉의 600%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공동투쟁본부 지도부는 "모든 사업장 점거 확장할 것"이라며 "18일간 파업 성공하면 백업·복구에 총 한 달 이상이 소요될 것이고, 30조원 소실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도 했다. 특히 유튜브 방송을 통해 "만약 회사를 위해서 근무하는 자가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 추후 조합과의 협의가 필요한 강제 전환 배치나 해고에 우선 안내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실상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를 강제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노조의 쟁의 행위 진행이 법으로 금지하는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노조법에는 ▲안전보호시설 정상 운영 방해(제42조 2항) ▲장비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 방지작업 중단(제38조 2항) ▲생산라인 등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제42조 1항) ▲협박을 통한 쟁의 참여 강요(제38조 1항)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노조법에는 또 쟁의 행위 참가를 설득하는 행위를 할 때 폭행·협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파업 불참자나 사측에 협조적인 직원을 감시하기 위해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제보자에게 포상금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블랙리스트' 관리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런 행위가 실제로 이뤄졌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 18일간 파업 실현 시 최대 10조원 손실 전망
반도체 사업장은 법상 안전 보호 시설에 해당한다. 또 점거 금지 시설이기도 하다. 유독성·가연성 가스와 강산·강염기 화학물질을 대량 취급하고 있어, 배기·방제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피해는 주변 지역 사회로 확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웨이퍼의 변질·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보안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작업 시설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도 진행한다. 쟁의 행위 기간 이런 작업이 중단될 경우, 장당 가격이 수천만원인 웨이퍼가 변질·부패된다. 1대당 5000억원에 이르는 반도체 설비에 물리적·기능적 손상이 발생하면 원상 복구가 어렵기도 하다. 반도체 설비는 전원 차단 후 재가동 시 공정 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백업 절차가 매우 복잡해서 수개월의 복구 기간이 소요된다.
지난 2018년 평택 캠퍼스에서 30분 미만의 정전이 발생했을 때 500억원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8일간 파업이 진행된다면 이에 따른 피해 규모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최소 5조원에서 최대 1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제안은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인데도 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불법적 수단을 동원한 극단적 투쟁을 예고한 것은 명분이 약하다"며 "지금 노조에 필요한 것은 법적 근거가 약한 파업을 등에 업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