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얼과 함께 세계 게임 엔진 시장을 양분하는 글로벌 기업 유니티가 한국에서 '대기발령'을 활용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직접 해고 대신 업무에서 배제하고 임금을 삭감해 자진 퇴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노동계에서는 사실상 강제 퇴사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방법을 통해 최근 전체 인원의 50%가 구조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사무금융노조 산하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노조를 설립한 이후 구조조정 문제를 핵심 의제로 삼고 대응하고 있다. 서울 역삼역 부근 사옥 앞에서 대기발령 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대기발령이 시작됐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휴업 처리로 전환되면서 임금이 70% 수준으로 줄어든다"며 "IT 직종 특성상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로는 버티기가 어려워 결국 퇴사를 선택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는 해고가 아니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내보내는 것과 다름없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회사 측은 이렇게 사람을 줄이면서도 경영진 보수는 크게 올렸다"며 "인력을 채용해놓고 6개월 만에 권고사직을 하는 등 일관성 없는 인사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책임한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인력을 합리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했다.
유니티의 이 같은 인력 감축은 글로벌 구조조정 흐름과 맞물려 있다. 이 회사는 2020년 상장 이후 메타버스 열풍을 타고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사업 확장을 진행했지만, 이후 수익성 악화로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2022년 이후 현재까지 3000명 이상을 감원하며 조직을 축소했고, 직원 수는 정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8000명에 달하던 인원은 현재 약 4000명 수준까지 줄었다.
한국 지사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때 230명대였던 인력은 현재 12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고객사 지원 조직이 전원 해고되는 등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내부 반발이 커졌고, 이는 노조 설립을 촉발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근로기준법상 해고 요건이 엄격한 만큼 본사와 같은 방식의 직접 감원이 쉽지 않다. 이에 기업들은 '대기발령'과 같은 인사 조치를 활용해 인력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대기발령은 경영상 이유가 있을 경우 평균임금의 70% 수준만 지급하면 되는 구조로, 법적으로는 해고가 아닌 '일시적 조치'로 인정된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를 '전형적인 해고 회피 수단'으로 보고 있다. 업무에서 배제된 채 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근로자가 스스로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니티코리아 노조 측 역시 "대기발령 이후 퇴사로 이어진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T업계 관계자는 "해고 리스크가 큰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비용 부담과 소송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기발령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체감상 해고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니티코리아 측은 "유니티는 한국 내 지역 노조 활동을 인지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단결권과 의견 표명 권리를 존중한다"며 "한국 노동법에 따른 정해진 절차를 계속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