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번역 솔루션 기업 딥엘(DeepL)이 텍스트 번역을 넘어 실시간 음성 번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기업용 언어 AI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단순 번역 도구를 넘어 회의·현장·고객 응대 전반에 적용되는 '언어 인프라'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딥엘은 15일 서울 성동구 코사이어티 성수에서 '딥엘 커넥트 서울(DeepL Connect Seoul)'을 열고 실시간 음성 번역 기술 '보이스 투 보이스(Voice-to-Voice)'를 공개했다. 딥엘이 한국에서 이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음성 번역 기술을 기반으로 전체 행사를 다국어로 진행한 것도 첫 사례다.
곤살로 가이올라스 딥엘 최고제품책임자(CPO)는 "글로벌 기업 환경에서 언어는 더 이상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번역은 지원 기능이 아니라 기업이 실시간으로 움직이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딥엘이 공개한 핵심 기술은 실시간 음성 간 번역이다. 기존 텍스트 번역이나 자막 기반 기능을 넘어, 사용자가 자신의 언어로 말하면 상대방이 각자의 언어로 즉시 듣는 방식이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군은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실시간 번역을 지원하는 '보이스 포 미팅' ▲모바일·웹 기반 대면 대화용 '보이스 포 컨버세이션' ▲교육·현장용 다자간 번역 '그룹 컨버세이션' ▲기업 시스템에 직접 적용하는 'Voice-to-Voice API' 등으로 구성됐다.
딥엘은 이를 통해 회의뿐 아니라 공장 현장, 교육, 고객센터까지 적용 범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발표에서는 글로벌 기업이 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의, 생산 현장 교육, 고객 상담까지 전 과정에서 음성 번역이 적용되는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가이올라스 CPO는 "언어 문제는 회의 지연, 의사결정 속도 저하, 고객 대응 지연 등 다양한 형태로 기업 운영 전반에 영향을 준다"며 "작은 지연이 반복되면서 실행 속도와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딥엘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기업 종사자의 90%는 음성 번역이 업무에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사용 비율은 36%에 그쳤다. 또 70%는 번역 과정에서 의미 전달에 어려움을 겪고, 64%는 의견 표현 자체를 주저한다고 답했다.
딥엘은 이러한 '수요-활용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실시간 음성 번역을 통해 구성원들이 언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가이올라스 CPO는 "사람들이 언어 때문에 말을 줄이거나 단순화하는 순간 기업의 의사결정 품질이 떨어진다"며 "모국어로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어야 진짜 전문성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기술 경쟁력에 대해서는 범용 생성형 AI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최근 챗GPT, 제미나이 등 범용 AI가 번역 기능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지만, 기업 환경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범용 AI는 다양한 용도에 최적화돼 있지만 기업 환경에서는 정확성, 일관성, 브랜드 톤 유지, 시스템 통합이 중요하다"며 "딥엘은 미션 크리티컬한 번역에 특화된 플랫폼으로 수년 앞서 있다"고 말했다.
또 딥엘은 자체 GPU(그래픽처리장치) 클러스터 기반 인프라와 AWS(아마존웹서비스)와의 협업을 통해 하이브리드 구조를 운영하고 있으며, 수천 명의 언어 전문가를 활용해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고객은 용어집과 스타일 가이드를 반영해 맞춤형 번역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현재 기술적 한계로 지적되는 지연과 음성 자연스러움 문제도 개선 중이다. 딥엘은 올해 내 화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보이스 클로닝'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가이올라스 CPO는 "한국은 AI 도입 속도가 빠른 전략 시장"이라며 "향후 수요 확대에 맞춰 인프라를 현지에 더 가깝게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딥엘은 이번 음성 번역 기술을 시작으로 텍스트 번역, 음성, 문서, 콘텐츠 관리까지 연결하는 '엔드투엔드 언어 AI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가이올라스 CPO는 "이제 기업 경쟁력은 언어 능력이 아니라 전문성에서 나온다"며 "언어 장벽을 제거하면 조직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이올라스 CPO는 실시간 통역 시장에 대해선 "인간 통역을 대체하기보다는 시장을 확장하는 역할"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전문 통역은 고위험·고정밀 영역에서 계속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업무 환경에서는 비용과 확장성 문제로 활용이 제한적이었다"며 "AI 통역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던 90% 영역을 커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