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쓰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월 20달러(약 2만9000원) 안팎의 정액 요금으로 무제한에 가깝게 이용할 수 있었던 기존 구조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요금 인상과 사용 제한, 광고 도입까지 동시에 추진되는 흐름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xAI 등 주요 AI 기업들은 최근 요금 체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기존에는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주요 서비스가 월 20달러 수준의 정액제를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최근 들어 200달러 이상 고가 요금제를 도입하거나 고성능 기능을 별도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핵심 배경은 수익성 붕괴다. 생성형 AI는 질문에 답변을 생성할 때마다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며, 특히 최근 등장한 '추론형 AI'는 기존보다 훨씬 많은 연산을 필요로 해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오픈AI 내부 재무 전망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약 14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 챗GPT 이용자는 약 9억명에 달하지만 유료 이용자 비율은 5% 미만이다. 대부분의 이용자가 무료 서비스에 머물면서 비용만 발생시키는 구조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올트먼 CEO는 "월 200달러 요금제에서도 일부 헤비 유저는 여전히 손실을 유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성능 추론 모델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이용자의 경우, 정액 요금으로는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업계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앤트로픽은 4월 기준으로 연간환산매출(ARR)이 300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대규모 학습 및 연산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앤트로픽 내부 추정에 따르면 AI 모델 학습 비용은 연간 120억달러, 추론 비용은 70억달러 수준에 달한다.
전체 AI 산업의 비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종합하면 2026년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5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에 연간 수백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 발전으로 개별 연산 비용은 낮아졌지만 전체 비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추론 비용은 2030년까지 9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동시에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총 비용은 오히려 증가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제번스의 역설'로 설명된다. 효율이 높아질수록 사용량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총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AI 토큰 단가는 수년 사이 급격히 하락했지만, 이용량 증가 속도가 이를 압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무제한 정액제' 모델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신 요금제를 세분화해 고성능 기능에는 추가 요금을 부과하거나, 일정 사용량을 넘으면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무료 이용자 정책도 변화하고 있다. 오픈AI는 올해 초 '챗GPT 고(Go)'(월 8달러) 요금제를 출시하고, 무료 및 저가 요금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광고 도입을 테스트하고 있다. 회사 측은 광고를 "최후의 수단"이라면서 수익 구조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고객 중심 전략도 강화되는 흐름이다. 앤트로픽은 전체 매출의 70~80%를 기업 고객에서 확보하고 있으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I를 클라우드와 업무용 소프트웨어에 결합해 기업용(B2B)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선 지금까지는 투자금과 빅테크 지원 덕분에 저렴하고 무제한에 가까운 AI 서비스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전기나 클라우드처럼 사용량 기반 과금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현재 생성형 AI 시장은 수익이 나는 쪽이 B2B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이라며 "무제한에 가까운 소비자 요금제는 유지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무료 서비스는 이용자 확보 전략 성격이 강하고, 향후 프리미엄 요금제 확대나 제한 강화 등의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