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부품 가격 급등 영향으로 인도에서 보급형 스마트폰 출고가를 인상했다. 일부 모델은 20% 이상 가격을 올렸다. 앞서 삼성전자는 한국과 미국 등에서 고용량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을 인상했는데, 칩플레이션(메모리+인플레이션) 여파가 보급형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판매 중인 보급형 스마트폰 가격을 최근 인상한 것으로 확인된다. 일례로 '갤럭시 F17 5G' 128GB(4GB 램) 모델 가격은 1만4499루피(약 23만원)에서 1만7999루피(28만6000원)로 24% 이상 가격을 올렸다. 이 모델은 현지에서 2023년 9월 출시된 제품이다. 같은 해 8월 출시된 '갤럭시 A17 5G' 가격은 1만7999루피(28만5000원)에서 2만1499루피(34만1200원)로 19.4% 인상됐다.
'갤럭시 A56 5G' 128GB(8GB 램)는 가격이 3만8999루피(61만9000원)에서 4만2999루피(68만3000원)로, '갤럭시 A36 5G' 128GB(8GB 램) 가격은 3만999루피(49만2000원)에서 3만3999루피(54만원)로 각각 약 10%씩 올랐다. '갤럭시 A06 5G' 64GB(4GB 램) 가격은 1만2499루피(19만8000원)에서 1만3499루피(21만4000원)로 올랐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구형 보급형 스마트폰까지 가격을 올린건 이례적"이라며 "제조사들이 부품 가격 상승 압박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사업부장)은 올해 초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인 메모리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에 대해 "전례 없는 상황에서 어느 회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어떤 형태로든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2월 갤럭시S26 시리즈를 전작보다 높은 가격에 선보였다. 이달부터 미국 등에서 판매한 '갤럭시 A57' 역시 전작보다 시작가가 100달러 높아진 549.99달러(81만6000원)로 책정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모바일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직전 분기대비 각각 50%, 90% 이상 올랐다. 도매가가 200달러 이하인 보급형 스마트폰의 경우 6GB D램과 128GB 낸드플래시를 탑재하면 올 1분기 기준으로 제조 원가가 전 분기 대비 25%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경우 전체 원가에서 메모리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43%에 달한다. 400~600달러 수준의 중가형 스마트폰은 8GB D램과 256GB 낸드플래시 탑재를 기준으로 올 1분기 D램과 낸드의 원가 비율이 각각 14%와 11%를 기록했다. 올 2분기에는 각각 20%, 1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도매가가 800달러 이상인 프리미엄·플래그십 모델은 대용량 메모리와 최신 2나노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탑재로 원가 압박을 받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16GB 최신 D램과 512GB 낸드를 장착한 플래그십 모델의 경우 올 2분기 기준 원가가 100달러에서 150달러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아직 국내에서는 고용량 플래그십 모델만 가격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지난해 7월 출시한 '갤럭시 Z 플립7' 512GB 출고가를 164만3400원에서 173만8000원으로, '갤럭시 Z 폴드7' 512GB 모델은 253만7700원에서 263만2300원으로 인상했다. 폴드7 1TB 모델은 293만3700원에서 312만7300원으로 19만3600원 인상했다. 지난해 5월 출시한 '갤럭시S25 엣지' 512GB 모델도 163만9000원에서 174만9000원으로 가격을 올려잡았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도 고용량 플래그십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을 80달러(11만9000원) 인상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갤럭시 Z 플립7' 512GB 출고가를 미국에서 1219달러에서 1299달러로, '갤럭시 Z 폴드7' 512GB 모델은 2119달러에서 2199달러로 올렸다. 폴드7 1TB 모델은 2499달러로 기존보다 80달러 인상됐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칩플레이션 압박에 따라 줄줄이 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 11일부터 저가 브랜드 '레드미' 등 일부 스마트폰 가격을 200위안(약 4만원) 인상했다. 루웨이빙 샤오미 그룹 총재는 최근 "1분기 메모리 가격이 전년보다 4배 가까이 치솟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지난달 중국 비보(Vivo)와 오포(Oppo)도 가격을 올렸다.
삼성전자 측은 "최근 핵심 부품 가격 급등 및 환율 상승에 따라 불가피하게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고 했다. 다만 "현재 한국에서 보급형 모델 가격을 올릴 계획은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