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통신 솔루션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기간통신사업자로 시장에 진출한 지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운영 노하우는 물론 상당한 기술적 역량을 쌓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기간통신사업은 전기통신회선설비(네트워크망)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음성·데이터·영상 등을 전송하거나 회선을 임대하는 통신 서비스업을 말합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5G(5세대 이동통신) 특화망 구축·운영과 차량용 통신 장비 부문에서 성과를 올린 역량을 바탕으로 6G(6세대 이동통신) 시장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8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2030년에는 6G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인데요. 이에 시장에 적기에 진입해 성과를 올리겠다는 취지입니다.
아직 표준 마련 절차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6G는 5G 대비 속도가 최대 10배(200Gbps) 빠르고 연결 밀도는 최대 100배(㎢당 1억대 기기 연결) 높은 수준의 통신망이 될 전망입니다. 접속부터 코어·운용까지 모든 통신망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반영, 속도·지연·안정성·에너지 효율 등을 높여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죠. 이런 기술이 실현된다면 초정밀·초저지연·초고속 연결을 요구하는 자율주행·로봇·스마트 팩토리 등에 대한 서비스 대응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이달 초 LG유플러스와 'AI 기반 통신 기술의 선행 연구개발(R&D)과 국제 표준화' 협력을 맺었습니다. 6G 상용화 시점의 기술 확보를 넘어, 미래 통신 환경의 구조를 좌우할 핵심 요소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겠다는 취지죠. KT와는 2024년부터 6G·양자 인터넷 통신 분야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또 지난달 '퀄컴 테크날러지스'가 주도해 출범하는 6G 연합에 합류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퀄컴은 이번 연합 출범과 함께 2029년까지 6G 상용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죠. LG전자는 커넥티드 모빌리티·이동통신·사물인터넷(IoT)·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 30곳과 함께 AI 기반의 6G 기술 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 2019년부터 6G 기반 기술 확보
LG전자가 6G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입니다. 당시 'LG전자-카이스트 6G 연구센터'를 설립하면서 일찍이 기반 기술 확보에 나섰습니다. 국내 최초 6G 산학협력 연구센터로 출범한 이 단체를 시작으로 LG전자는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등과 기술 개발 협력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일종의 '6G 핵심 기술 R&D 협력 벨트'를 마련하고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해 왔던 겁니다.
작년 3월에는 글로벌 이동통신 표준단체인 '3GPP' 내 조직인 SA총회 부의장을 배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SA총회는 5G·6G 시스템 아키텍처 표준화를 주도하고, 서비스 시나리오·요구사항·보안 메커니즘 등을 정의하는 역할을 맡은 조직입니다. SA총회 부의장으로는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소속인 김래영 책임연구원이 선임됐습니다.
LG전자는 미국통신산업협회(ATIS) 주도의 6G 기술 단체 '넥스트 G 얼라이언스'에서도 애플리케이션 분과 워킹그룹 의장사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회사 측은 김 연구원의 SA총회 부의장 선임에 대해 "통신 프로토콜·시스템 아키텍처 분야에서 보유 중인 기술력·혁신성이 세계적 수준임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 내부서 역량 쌓은 뒤 5G 특화망 시장 진출
LG전자가 6G 시대를 앞두고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로는 원천 기술 확보에 더해 통신 솔루션 사업 경험을 통해 실제 운영 역량까지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꼽힙니다.
LG전자는 2022년 상반기 창원 가전 공장인 LG스마트파크에, 2023년 하반기에는 미국 테네시 가전 공장에 5G 특화망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산업용 무인차량(AGV)이 부품·자재를 운반하는 식의 자동화 공정을 운영하고 있죠. 테네시 공장은 세계경제포럼이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한 곳을 심사해 매년 두 차례씩 선발하는 '등대 공장'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내부 적용을 통해 5G 특화망 구축·운영 역량을 쌓은 LG전자는 2023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회사 목적 사항에 '기간통신사업'을 추가, 통신 솔루션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그해 7월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절차까지 마쳤죠. 현재 기간통신 외에도 '통신 기계 기구의 제작 및 판매'와 '통신 공사' 등의 사업도 영위하고 있습니다.
LG전자가 기간통신사업에 진출한 건 이동통신 시장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당시 이동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는 5G 28㎓ 대역 주파수 사용권을 회수당했습니다. 해당 주파수를 정부로부터 할당받을 때 기지국 설치 등 부과된 이행 조건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죠. 정부는 초저지연·초고속 특성을 가진 5G 28㎓ 대역의 활성화를 위해 기업간거래(B2B) 중심으로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LG전자는 이렇게 열리게 된 '5G 특화망' 구축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죠.
◇ '스마트폰 유산' 활용해 5G 특화망·전장서 성과… 해외 진출도 성공
LG전자는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후 발 빠르게 5G 특화망 솔루션을 마련했고, 업계 최초로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로부터 '국산 네트워크 장비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내부 역량을 갖추고 있던 만큼 시장 변화에 적기 대응이 가능했던 셈입니다. 이를 통해 LS일렉트릭의 충북 청주 스마트공장, 고려대 안암병원, 인천 소재 물류센터 등 외부 기업에 5G 특화망을 구축하는 성과를 올렸죠.
2024년 11월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5G 특화망 구축 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서울역·시흥차량기지·구로변전소 3곳에서 5G 특화망 구축 사업을 진행했고, 올해 2월 실제 성과가 나타나며 1차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AI로 혼잡도를 분석해 로봇이 고객을 안내하는 서울역 서비스나, 시흥철도차량정비단에 도입된 자재 운반 자율주행 로봇 등이 LG전자 5G 특화망을 기반으로 구동되고 있죠.
최근에는 해외 진출 성과도 올렸습니다. 미국 앨라배마대 첨단 캠퍼스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에 5G 특화망 솔루션 '울트라맥스'를 공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됐습니다.
LG전자가 차량용 전기·전자 장치(전장)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향후 통신 솔루션 부문 사업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힙니다. LG전자에 따르면 전장 사업을 영위하는 VS본부는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약 24%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텔레매틱스는 5G를 기반으로 하는 장비 중에서도 품질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텔레매틱스에 접목된 기술 일부는 5G·6G 통신 솔루션으로도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통신 솔루션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스마트폰 사업의 유산'을 꼽습니다. LG전자는 적자가 이어지던 스마트폰 사업에서 2021년 4월 발을 뺐지만, 기술·인력은 내재화했습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등을 진행하며 쌓은 통신 기술 관련 특허는 3만건이 넘습니다. LG전자 관계자는 "오랜 시간 축적해 온 통신 기반 기술력을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및 통신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