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당시 성공한 산업은 코드분할 다중접속(Code Division Multiple Access·CDMA) 뿐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 안전 관리, AI-랜(RAN·무선 접속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에 성공한 지 올해로 30주년이 됐다. CDMA란, 고유 코드를 사용해 다수 사용자가 동시에 동일 주파수 대역을 공유하는 2세대(2G) 디지털 이동통신 기술이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8일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SK텔레콤이 CDMA 30주년을 맞아 이동통신의 역사와 미래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이동 통신산업은 1984년 한국이동통신서비스(주)의 카폰이 도입되면서 막을 올렸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국내 최초 휴대형 이동전화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아날로그 기반 이동통신(1G·1세대)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됐다.
하지만 1세대 방식은 한 주파수를 한 사람만 쓸 수 있어 통화가 자주 끊기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지역을 이동할 때 주파수를 배정받지 못한 사람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날로그 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하려는 업계의 시도가 이어졌다. 아날로그 방식은 음성을 그대로 전파에 싣는다. 하지만 디지털 방식은 음성을 0과 1 두 가지 신호로 바꿔 압축해 보내기 때문에 용량을 줄일 수 있다. 같은 주파수 대역을 더 많은 이용자가 쓸 수 있어 효율적이었다.
2G 시장은 시분할 다중접속(Time Division Multiple Access·TDMA) 방식과 CDMA 방식의 싸움이었다. TDMA 방식은 시간을 쪼개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주파수를 여러 사용자가 시간 슬롯 단위로 번갈아 사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많아지면 용량이 부족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CDMA는 디지털로 압축한 음성신호를 쪼갠 뒤 각각의 조각에 코드를 붙여 동시에 전송한다. 이어 붙은 코드들은 음성을 재현한다.
1990년대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TDMA 기반 방식이 주류였다. CDMA는 이론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정교한 신호 처리와 고성능 디지털 기술이 필요해 상용화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우리 정부는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할 기회라고 판단해 996억원을 투입해 CDMA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한국이동통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퀄컴,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를 중심으로 기술을 실제 서비스로 구현했다. 특히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고 1994년 선경(현 SK그룹)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SK텔레콤이 탄생, CDMA 상용화 시기를 앞당겼다.
ETRI에 따르면 국내 CDMA 산업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연평균 37.2% 성장해 누적 생산액 42조원을 기록했다. 또 생산유발효과 125조원, 142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냈다. CDMA 상용화는 2024년 IEEE(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로부터 'IEEE 마일스톤'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IEEE 마일스톤은 '글로벌 ICT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CDMA 상용화 이후 국내 이동통신은 3G(3세대 이동통신)를 거쳐 현재 5G(5세대 이동통신)에 이르며 진화해 왔다. 2030년에는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앞으로 통신데이터와 AI를 실어 나르는 'AI 고속도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경우 2022년 에이닷 서비스를 출시했고, AI DC(데이터센터)·모델·서비스 등 AX(AI 전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종훈 SK텔레콤 네트워크전략담당(부사장)은 이날 AI와 네트워크가 결합하는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기술로 무선 신호를 전송해 성능을 개선하고, AI 트래픽 예측을 통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식이다. 예컨대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한 BTS 행사 수요 등을 AI를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었다.
이 부사장은 "AI 시대에는 네트워크가 단순히 데이터 전달 수단을 넘어,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지능형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라며 "이는 제조·물류·의료·금융 등 산업의 생산성과 혁신 속도를 결정짓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