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가 협업 플랫폼 슬랙(Slack)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 운영 모델을 제시했다. 단순한 질의응답형 챗봇을 넘어,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를 기업 전반에 도입해 'AI가 일하는 조직'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세일즈포스는 2021년 약 30조원 규모로 슬랙을 인수한 이후 이를 핵심 플랫폼으로 재편해 왔다. 메시지 기반 협업 도구였던 슬랙은 현재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과 데이터, 업무 시스템이 집결되는 중심 공간으로 확장됐다. 세일즈포스는 여기에 AI를 결합해 슬랙을 기업 운영체제(OS) 수준의 플랫폼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 흩어진 업무, 슬랙 안으로 끌어들인다
세일즈포스코리아는 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슬랙 기반 '워크 OS(Work OS)' 전략과 차세대 AI 에이전트 '슬랙봇(Slackbot)'을 국내에 처음 공개했다. 슬랙 안에서 사람과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다.
박세진 세일즈포스코리아 대표는 "기술이 바뀔 때마다 어떤 기능을 만들지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게 될지를 고민해 왔다"며 "이제는 질문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업무를 끝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트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에이전트가 실행을 맡고 사람은 방향을 제시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슬랙을 '에이전틱 업무 운영체제(Agentic Work OS)'로 재정의한 점이다. 기존 협업툴이 정보 공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실행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설명이다.
김고중 슬랙코리아 사업 총괄은 "직원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약 70%는 AI로 자동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며 "이제는 AI를 일부 업무에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오가며 발생하는 '컨텍스트 스위칭'이 생산성을 약 40% 떨어뜨린다"며 "슬랙은 하나의 인터페이스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슬랙봇은 '업무 실행'에 초점을 맞췄다.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요약한 뒤 후속 작업까지 연결하는 '미팅 인텔리전스',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스킬',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넘나들며 작업을 수행하는 '데스크톱 어시스턴트' 기능 등이 포함됐다.
주다혜 슬랙코리아 솔루션 엔지니어는 "슬랙봇은 단순 정보 검색을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개인화된 AI 에이전트"라며 "하나의 인터페이스에서 여러 에이전트를 호출해 업무를 끝까지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 엔지니어가 시연한 데모에서는 신제품 출시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경쟁사 분석, 보고서 작성, 마케팅 시안 제작까지 여러 AI 에이전트를 연계해 슬랙 안에서 한 번에 처리하는 방식이 공개됐다. 고객 클레임 분석 역시 CRM 데이터와 연동해 자동 분류와 대응까지 이어졌다.
◇ AI 성과, 사용량 아닌 '처리한 일'로 측정
슬랙봇 도입 효과도 제시됐다. 세일즈포스에 따르면 직원 1인당 하루 최대 90분의 업무 시간이 줄고, 팀 단위로는 주간 최대 20시간의 생산성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약 640만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에 해당한다.
세일즈포스는 AI 성과 측정 기준도 바꿨다. 단순 사용량이 아닌 실제 업무 수행 단위인 '에이전트 워크 유닛(AWU)'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김근명 세일즈포스코리아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는 "단순 검색이나 요약은 토큰 사용에 그치지만, AWU는 이메일 작성이나 데이터 업데이트처럼 실제 업무 수행을 의미한다"며 "AI가 얼마나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국내 기업 사례도 소개됐다. 당근마켓은 슬랙을 통해 배포 알림, 장애 대응, 의사결정 이력 등 업무 전반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해찬 당근마켓 엔지니어는 "슬랙은 단순한 소통 도구를 넘어 조직의 '살아있는 기억' 역할을 한다"며 "AI 에이전트가 이 공간에서 작동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 역시 슬랙을 중심으로 내부 시스템과 외부 파트너를 연결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청규 우아한형제들 엔지니어는 "슬랙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한 대화를 넘어 업무 흐름 자체가 축적되는 공간"이라며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슬랙봇 도입으로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일즈포스는 AI 플랫폼 종속 우려에 대해서는 개방형 구조를 강조했다. 김 아키텍트는 "세일즈포스는 다양한 외부 AI 모델과 에이전트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며 "기업이 자체 모델을 선택해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