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2년 이상 걸리던 데이터센터 건설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한 모듈형 데이터센터가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년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구축하는 대신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소형 데이터센터 모듈을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빨리 짓는 방식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모듈형 데이터센터가 주목받으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3일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모듈형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올해 약 422억달러(약 63조원)에서 2034년 1676억달러(약 253조원)로 연평균 18.6% 성장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구축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점이 모듈형 데이터센터의 최대 강점이다.
AI 시장에서는 인프라 구축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만큼, 데이터센터 확보가 늦어지면 기업의 수익성과 시장 입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전통적인 데이터센터는 건축 인허가부터 건설까지 평균 2~3년이 걸려 폭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듈형 데이터센터는 공장에서 사전에 제작한 컨테이너 형태의 소형 데이터센터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각 모듈은 전력·냉각·IT 장비 등 핵심 설비를 탑재한 표준화된 제품으로, 크기가 작아 트럭에 실어 신속하게 데이터센터 부지로 옮길 수 있다. 부지에 건물을 올릴 필요가 없어 데이터센터 구축 기간을 3~6개월로 줄이는 게 가능하다. 현장에 콘크리트 패드(바닥)를 시공한 뒤 트럭으로 운반해 온 모듈을 원하는 위치에 배치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된다.
모듈형 데이터센터는 건물이 아니라 장비로 분류되기 때문에 건축 인허가 등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규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데이터센터 건설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전력 확보 문제에도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LG CNS가 모듈형 데이터센터 사업에 진출했다. LG CNS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컨테이너에 집약한 소형 AI 데이터센터 'AI 박스'를 올해 부산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부지에 구축할 예정이다. 컨테이너 하나에 서버 전력(IT 로드) 1.2메가와트(MW), 그래픽처리장치(GPU) 576장을 수용할 수 있다. LG CNS 관계자는 "단일 컨테이너 단위로 운영할 수 있고, 수십 개 컨테이너를 단계적으로 결합해 하이퍼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로 확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LG CNS는 향후 대형 부지에 AI 박스 약 50개를 집적한 대규모 캠퍼스를 조성해 국내 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고, 향후 동남아시아, 북미 등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토종 AI 기업 엘리스그룹도 서버, 전원, 냉각 장치 등을 컨테이너 안에 일체화한 '이동형 모듈형 데이터센터(PMDC)'를 자체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PMDC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엘리스클라우드'는 현재 회사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 밖에 슈나이더 일렉트릭, 화웨이, 버티브 등 글로벌 기업들도 모듈형 데이터센터 사업을 전개 중이다. 선두 기업인 독일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프랑스, 인도, 미국 등에 마련한 모듈형 데이터센터 생산 거점에서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핵심 설비의 90% 이상을 갖춘 소형 데이터센터 모듈을 제작하고 관련 통합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슈나이더와 손잡고 AI 데이터센터 구축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프리팹 모듈러' 방식의 통합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빅테크 고객들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