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이어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도 '과반 노동조합'이 탄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6월 200여 명으로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동조합이 빠르게 세를 불려 약 4년 만에 전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조합원으로 확보한 것이다. 열린노조는 이에 근로자 대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근로자 대표로 인정받으면 취업 규칙 변경에 관여할 수 있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권 등 다양한 법적 권한도 가지게 된다.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파업 등 단체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영향력까지 커지면서 삼성그룹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는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전기·삼성화재와 함께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소속이다.
◇ 법적 대표성 부여돼 협상력 강화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3일 오전 기준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가입자는 1만1208명으로 집계됐다. 삼성디스플레이의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재직자 수는 2만1366명(휴직자·인턴 제외)이다. 열린노조는 1만1000명을 과반 노조 달성 조건으로 보고 구성원에게 가입을 독려해 왔다. 유하람 열린노조 위원장은 "휴직자를 포함한 전체 구성원 수를 고려해도 현재 과반 노조 달성은 확실한 상태"라고 밝혔다.
열린노조는 현재 사측에 조합원 수를 공유하며 과반 노조 달성 검증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이르면 오는 6일 고용노동부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 사측과 협의해 작성한 공동 질의서를 보내 근로자 대표 지위 확보를 위한 조합원 수 확인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 대표를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혹은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 대표 지위를 가진 노조가 생기면 취업 규칙 변경 주체가 근로자 과반에서 해당 단체로 옮겨진다.
과반 노조는 또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권 가지며 ▲정리해고 ▲탄력근로 ▲선택근로 ▲보상휴가제 등의 변경에도 관여할 수 있다. 노사 협의·제도 설계 과정에서 사측이 상대해야 하는 협상 대상 역할을 한다. 특히 과반 노조가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면 해당 내용은 '일반적 구속력'을 지니게 된다. 노조에 가입한 상태가 아닌 직원도 해당 협의 내용에 영향을 받게 되는 구조다.
◇ 제2 노조로 출범해 과반 노조로 성장… 사측 "성숙한 노사 문화 만들 것"
삼성디스플레이에 노조가 만들어진 건 지난 2020년 2월이다. 당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로 제1 노조(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가 출범했다. 이 노조는 설립 후 사측과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 등을 진행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만 적용되는 복리후생 안건을 내놓거나 사측과의 교섭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사내에서 논란이 일었다.
열린노조는 양대 노총(한국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무관하게 제2 노조로 설립됐다. 출범 6개월 만에 제1 노조 가입자 수를 넘어서며 2023년 임단협부터 교섭 대상자로 참여했다. 2024년 2월에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에 합류하며 활동 범위를 넓혔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2026년 임단협까지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뤘다.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은 6.2%(기본인상률 4.1%, 성과인상률 2.1%)로 정했고, 무주택자 대상 주택 대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측이 실질적인 보상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열린노조 조합원의 87%가 넘는 인원이 참여한 투표에서 80.59%가 임단협 내용에 찬성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는 그간 비교적 완만한 임단협 협상이 진행됐으나, 삼성그룹 전반에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열린노조 가입자 수가 빠르게 확대된 배경으로도 '불투명한 성과급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 증대가 거론되는 만큼 향후 단체행동 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초과이익성과급(OPI)·목표달성장려금(TAI)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경제적부가가치(EVA)의 20%를 재원으로 삼아 연봉의 최대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OPI 산정이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사내에 확산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OPI의 재원이 되는 EVA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라며 "실적이 상승해도 성과급 지급률이 하락하는 경우가 나타나 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바꿔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열린노조는 근로자 대표 지위 확보로 협상력이 높아지면 전사 차원의 노사협의회 구성을 단기적 달성 목표로 내세웠다. 현재는 기흥·천안·아산 등 사업장별로 노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하는 중앙 단위의 기구를 만들어 단일화된 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이번 과반 노조 달성에 대해 "지난 5년간 노조와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무분규 타결을 이뤄내고 성숙한 노사 문화를 만들어 왔다"며 "앞으로도 회사의 지속 성장과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