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장수 지식재산권(IP)을 중심의 확장 전략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낮은 프로젝트는 정리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와 핵심 IP 투자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패트릭 쇠더룬드 넥슨 일본법인 회장은 31일 도쿄에서 열린 자본시장 브리핑(CMB)에서 "답이 없는 프로젝트는 과감히 줄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사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방향을 총괄하는 쇠더룬드 회장과 라이브 서비스의 운영과 일상적인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이정헌 대표가 각자의 역할을 기반으로 넥슨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쇠더룬드 회장은 넥슨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4조5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인건비를 포함해 비용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27년까지 매출 7조원'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에는 강력한 프랜차이즈 실적과 신작 파이프라인 확대가 수익성으로 이어질 것이란 확신이 있었지만, 매출 측면에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구조적 부진을 겪었고, 신작 출시도 지연됐다"라며 "포트폴리오 확장과 함께 비용이 매출보다 빠르게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쇠더룬드 회장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20년 이상 이용자와 함께 호흡해온 넥슨의 대표 IP의 가치와 경쟁력을 강조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모든 포트폴리오는 명확한 사업성 검토를 거쳐 재편될 것"이라며 "전체 포트폴리오를 검토해 새롭게 수립한 이익 하한선을 충족하거나 초과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별했다"고 했다.
또 보다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해 변화의 속도를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그동안 넥슨은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데 지나치게 느렸다"라며 "비용 절감이 아닌 구조의 재설정을 통해 답이 없는 프로젝트는 과감히 줄이고, 직접 연관성이 없는 인력 증원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존 비용 구조를 면밀히 재검토하여 자원을 게임 개발 등 핵심 분야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다만 구조 개편이 인력 해고나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쇠더룬드 회장은 "해고는 계획에 전혀 없다"고 했다.
연초 '메이플 키우기' 관련 확률 논란에 대해서도 "명백한 운영상의 관리 실패"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드 오류가 경영진에게 보고되지도, 이용자에게 공지되지도 않았다"라며 "환불 조치로 인한 재무 부담도 컸지만 신뢰 훼손이 더 큰 문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최고위험책임자(CRO) 임명과 의무적 다중 보고 체계 도입 등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신속히 실행했다고 밝혔다.
쇠더룬드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1400만장이 판매된 흥행작 '아크 레이더스'를 만든 넥슨의 스웨덴 소재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엠바크 창업 전에는 일렉트로닉 아츠(EA)에서 총괄 부사장을 지내며 '배틀필드' 시리즈 개발을 주도했다.
쇠더룬드 회장은 "'아크 레이더스'는 일반적인 트리플A 게임 대비 훨씬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제작했다"라며 "이런 성공은 우연이 아닌 의도된 결과로, 그 사고 방식을 넥슨 전반으로 적용하고자 한다"라고 했다.
또 인공지능(AI)에 대한 넥슨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지난 30년간 축적해 온 방대한 경험이 단순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닌 '맥락'으로, 독보적인 경쟁력이자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넥슨의 AI는 방대하고 깊이 있는 '맥락'을 빠르고 거대한 규모로 활용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넥슨의 가장 큰 자산으로는 유명 스포츠팀의 팬덤과 같은 '강력한 커뮤니티'를 꼽았다. 쇠더룬드 회장은 앞으로의 모든 포트폴리오 결정이나 신규 투자는 "이것이 유저의 평생을 함께할 열정이 될 수 있는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 하나로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질문에 대한 확신이 설 때만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기회에는 눈을 돌리지 않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정헌 대표는 이번 행사에서 넥슨의 3대 프랜차이즈인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FC온라인'과 '마비노기', '아크 레이더스',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이하 낙원)' 등 핵심 IP 위주의 성장 전략을 소개했다.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의 경우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43% 성장했으며, 매출의 약 40%가 한국이 아닌 글로벌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대표는 '메이플스토리'의 성공 공식을 '던전앤파이터' 등 다른 핵심 프랜차이즈에 본격적으로 이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넥슨은 연내 '던전앤파이터 키우기'를 출시하고, 내년에는 '던전앤파이터'의 황금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던전앤파이터 클래식',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프로젝트 오버킬' 등의 신작을 선보여 던전앤파이터 IP 외연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마비노기' IP 신작인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와 엠바크 스튜디오의 신규 프로젝트, 내년 출시 예정인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 등 신작 개발에도 주력한다.
이 대표는 넥슨의 AI 이니셔티브인 '모노레이크'도 소개했다. '모노레이크'는 넥슨이 수십 년간 축적한 방대한 게임 제작·서비스 데이터에 접근 가능한 AI를 통해 개발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사적 AI 인프라다. 이 대표는 "맥락이 없는 AI는 속도에 불과하고, 일반적인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낼 뿐"이라며 "AI로 창작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핵심 인재들이 더 많은 시간을 맥락에 기반한 창의적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에무라 시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8000억엔이 넘는 현금성 자산과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토대로 '원칙에 기반한 투자'와 '일관된 자본 환원'을 통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넥슨은 엄격한 비용 통제와 자원 재배치를 통해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의 동반 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며,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을 통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한다. 올해 주당 60엔의 연간 배당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비 33%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