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이사회 의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4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KT

"자격 없는 이사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했다. 이는 정관 위반이다."

"무자격 논란이 있는 조승아 이사가 1년 9개월간 재직하며 받은 급여를 환수해야 한다."

"이사회가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이권 카르텔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사회 혁신 없이는 KT 정상화는 어렵다. 김영섭 대표가 해킹 사태 책임을 지고 물러나듯 이사들도 전원 사퇴해야 한다."

31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의 202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박윤영 대표이사 선임보다 주주들의 날 선 성토가 부각됐다. 주주와 노조 측은 이사회의 견제 기능 부재, 조승아 전 사외이사 논란, 장기 주가 부진을 한꺼번에 거론하며 "주주가치 제고와 이사회 혁신이 먼저"라고 압박했다.

이날 주총장의 핵심 쟁점은 조승아 전 사외이사 논란이었다. 조 전 이사는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임한 뒤, KT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으로 바뀌면서 사외이사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KT는 지난해 12월 관련 내용을 공시하고 퇴임 처리했지만, 주주들은 선임부터 검증, 사후 점검까지 모두 허술했다며 이번 사안을 단순한 인사 잡음이 아닌 이사회 관리 실패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조 전 이사 선임 과정과 보수 지급의 적절성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다. KT 주주 조모씨는 무자격 논란으로 물러난 조승아 전 사외이사가 1년 9개월간 받은 보수의 환수 여부가 사업보고서 등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영섭 KT 이사회 의장은 "관련 사안을 검토를 했지만 공시 정정 사항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법원 판례에 따라 실제 근무가 이뤄진 만큼 보수 환수는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인 이모(60)씨는 장기 주가 부진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1998년에 KT 주식을 약 18만원에 샀다. 당시 그 돈으로 아파트를 샀다면 지금 50억원이 됐을 것"이라며 "주변에서는 아파트 4채 값은 날린 것이라고 한다. 삼성전자 주식이 우상향했던 것과 달리 KT는 IT버블 때 주가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과 배당이 개선돼도 장기 투자자가 체감할 만한 주주가치 제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KT는 이날 주총에서 박윤영 대표이사를 공식 선임했다. 박 대표는 1992년 한국통신에 입사해 기업사업부문장 사장, 미래사업개발단장, 컨버전스연구소장 등을 지낸 내부 출신 경영진이다. 회사는 박 대표에 대해 B2B 사업 성장을 주도하며 KT의 핵심 성장축을 기업 중심으로 넓힌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이사 선임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 9개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박현진 KT밀리의서재 대표는 사내이사로, 김영한 숭실대 교수와 권명숙 전 인텔코리아 대표, 서진석 전 EY한영 대표는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회사는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 의지도 강조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8조2442억원, 영업이익 2조4691억원의 재무제표가 승인됐고, 4분기 배당금은 주당 600원으로 확정돼 4월 15일 지급된다. KT는 연간 주당 배당금을 2400원으로 전년보다 20% 늘렸고, 올해도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주 소통 확대 방안도 내놨다. KT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전 신청 주주를 대상으로 주총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했고, 2027년 정기 주주총회부터는 온라인 실시간 참여와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관 변경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 의무 반영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현장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주주들의 문제의식은 박윤영 체제 출범 자체보다 새 경영진이 어떤 방식으로 이사회 신뢰를 복원하고 장기 주주를 설득할 것인지에 쏠렸다. 회사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전자주총 도입 등을 앞세워 주주친화 메시지를 냈지만, 주총장에서는 "사업 확장보다 주주환원이 먼저"라는 요구가 더 크게 울렸다. 한 주주는 "문어발식 경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데 돈을 늘리지 말고, 주주 배당을 늘려야 한다"며 "올해 배당이 작년과 동일한 2400원으로 책정됐는데, 2800원까지는 올려야 한다"라고 했다.

이날 KT 주총은 새 대표 선임보다 이사회 책임론이 전면에 부상한 자리였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박 대표 체제의 첫 과제는 B2B(기업간 거래)·AX(AI 전환) 성장 전략 제시를 넘어, 이사회가 더 이상 폐쇄적 보드로 비치지 않도록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