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달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첫 문턱을 넘었다. 발전사업자와의 전력구매계약(PPA) 허용 여부를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한동안 제동이 걸렸던 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AI 인프라 확충과 비수도권 분산 배치 논의도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4일 법안소위를 열고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관련 법안들을 병합 심사해 대안을 의결했다.

이번 특별법은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세제 지원, 전력·용수·부지 확보 지원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가운데 실질적 핵심으로 전력 특례를 꼽는다. 전력 사용량이 막대한 AI 데이터센터 특성상 부지보다 전력 확보가 사업성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법안을 사실상 'PPA법'으로 부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사업자를 상대로 한 전력 직접거래 PPA 특례가 대안에 반영됐다.

업계 역시 이번 소위 통과를 단순한 산업 지원 법안 처리 이상으로 본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는 발전소 인근에서 상대적으로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가격에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와 대규모 연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패는 얼마나 싸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1GW급 AI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기료만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일본, 동남아 주요국이 대형 데이터센터에 PPA를 허용해 발전사업자와 직접 장기 계약을 맺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채효근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부회장은 "전력비 부담이 큰 사업 구조상 비수도권 전력 특례가 현실화하면 수도권보다 지방 입지의 경제성이 더 부각될 수 있다"며 "AI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했다.

법안이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한 핵심 이유는 여야 간 큰 이견보다 정부 내 부처 조율 문제였다. 특히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와 PPA 특례를 AI 데이터센터만을 위한 별도 특별법에 담기보다, 기존 분산에너지 제도 틀 안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계통영향평가 기준은 데이터센터 특별법이 아니라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에서 규정하는 것이 제도 정합성과 사업자 편의성 측면에서 더 적절하다는 논리다.

기후부는 PPA 역시 개별 산업 특례로 넓히기보다 기존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을 보여왔다. 지역별 전력 수급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AI 데이터센터만 별도 특별법으로 직접거래 특례를 주면 제도 일관성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분산에너지 특구 제도 아래에서도 일정 범위 내 전력 직접거래가 가능한 만큼, 굳이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으로 별도 예외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업계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PPA 특례가 없으면 지방 발전소 인근에 AI 데이터센터를 지을 유인이 약해지고, 결국 수도권 수요를 맞추기 위한 송배전망 확충 부담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비수도권에 신규 대형 수요를 유도해 전력과 산업 입지를 함께 분산시키는 것이 오히려 계통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는 것이다.

최종 입법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다. 법안은 과방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차례로 거쳐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안소위 문턱은 넘었지만 전력 특례 범위와 기존 분산에너지 제도와의 정합성을 둘러싼 정부 내 시각차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후속 논의 과정에서도 진통 가능성이 남아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