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게임 사업 계열사 카카오게임즈의 지분을 일본 라인야후에 매각하면서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카카오는 적자를 내는 비핵심 사업의 경영권을 라인야후 측에 넘기면서 오랫동안 추진해온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 중심 플랫폼 기업으로의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는 라인야후가 일본과 대만, 동남아, 북미 등에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게임 업계에서는 라인야후가 자체 게임 개발 역량이나 경험이 부족해 카카오게임즈와의 사업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체질 개선' 카카오, 비핵심 계열사 '게임' 떼냈다
카카오게임즈는 25일 "LY주식회사(라인야후)가 출자한 투자 목적 법인 'LAAA(엘트리플에이) 인베스트먼트'가 카카오로부터 카카오게임즈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카카오게임즈가 발행하는 신주 전환사채 인수에도 참여한다"고 밝혔다. 거래가 올해 5월 중 완료되면 LAAA 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게임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 지분 약 14%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유상증자·CB 발행으로 확보한 약 3000억원의 자금을 수익성 회복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매출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감소해 실적 반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손실(396억원)을 냈고, 매출은 전년 대비 26% 감소한 4650억원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신작 부재 속에서 개발비가 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실적은 대표작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인데, 오딘이 서비스 장기화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신작이 제때 출시되지 않아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는 3000억원의 실탄을 "재무 안정성 강화와 대형 신작 지식재산권(IP) 확보,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투자 등에 사용을 검토 중"이라며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게임·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작 '오딘 Q'와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등의 개발과 마케팅 비용 등에도 자금을 일부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 라인야후, 게임 콘텐츠로 플랫폼 경쟁력 강화 시도
시장에서는 라인야후의 카카오게임즈 투자를 게임을 통한 플랫폼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전 세계 2억명이 사용하는 메신저 라인, 검색 포털 야후재팬, 간편결제 플랫폼 페이페이 등을 운영하는 일본 최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과 네이버의 합작 지주사인 AI 홀딩스가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다. 라인야후는 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본과 동남아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했지만,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는 추세다.
라인야후는 라인을 포함한 핵심 플랫폼의 이용자 체류 시간과 결제 금액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추가해 이런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인야후는 카카오게임즈가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유통·배급) 역량을 고루 갖춘 데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를 포함한 주요 자회사를 통해 게임 개발 체계도 모바일·PC·콘솔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라인야후가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플랫폼 경쟁력은 높지만, 게임 사업에서 크게 성공한 경험이 없어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라인야후는 2017년 국내 게임 개발사 넥스트플로어를 인수해 게임 자회사 라인게임즈를 설립했지만, 신작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24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라인야후는 라인게임즈를 제대로 키워 히트작을 낸다거나 돈을 벌기보다 메신저, 결제, 광고 등 플랫폼 생태계를 강화하는 일종의 콘텐츠 도구로 활용하고 있어 게임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와 라인게임즈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라인야후는 라인페이 서비스를 종료하고 소프트뱅크 산하 페이페이 서비스로 통합하는 등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있어, 카카오게임즈의 사업이 새로운 대주주 산하 체계에서 자리잡으면 라인게임즈와 통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게임 시장은 모바일이 주력이라 라인야후의 플랫폼과 카카오게임즈의 연계가 본격화되면 신작 개발과 퍼블리싱의 무게 중심이 모바일 게임으로 이동하면서, 카카오게임즈의 PC·콘솔 게임 역량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라인야후가 카카오게임즈 투자로 주요 플랫폼에 게임을 재미 요소로 추가해 트래픽 증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너지 효과가 나긴 어려울 것"이라며 "게임 산업은 지속적인 투자와 신작 파이프라인 관리가 생명인데, 라인야후가 이를 뒷받침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는 이번 매각으로 본업인 카카오톡과 AI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카카오는 수익성이 낮은 비핵심 사업과 계열사를 정리하는 체질 개선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계열사 수는 기존 158개에서 146개로 감소했다. 이번 거래를 통해 카카오게임즈의 경영권을 라인야후 측에 넘겨 경영 부담은 줄이고, 2대 주주로서 플랫폼 시너지는 유지한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