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202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네이버

"경영진이 주가 부양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30% 손실 구간에 있는데도 주가가 오르지 않아 답답하다."

"이사 보수 한도를 늘릴 게 아니라 동결시키고, 주주 배당부터 더 늘려야 한다."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네이버의 2026년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의 날 선 주문이 이어졌다. 역대 최대 실적과 배당 확대에도 주가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자, 주주들은 인공지능(AI) 투자와 신사업 확대보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먼저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네이버 주가는 작년 6월 고점인 29만8000원을 기록한 이후, 이달 9일 20만7000원까지 30.5% 하락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2조350억원, 영업이익 2조208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결산배당도 1주당 1130원에서 2630원으로, 배당총액도 1684억원에서 3936억원으로 확대됐다. 다만 주주들은 이 같은 실적 개선과 배당 확대에도 주가 반등이 더딘 점을 문제 삼으며 체감 만족도는 높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날 "AI·데이터 기반 플랫폼 경쟁력과 신기술, 글로벌 사업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해 생성형 AI 기반 통합검색 결과 요약 서비스 'AI 브리핑'을 통합검색 질의의 20% 수준까지 확대했고, 이용자는 약 3000만명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서치플랫폼 매출은 4조1689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늘었고, 커머스 매출은 3조6884억원으로 26.2% 증가했다.

네이버는 올해 AI를 중심으로 서비스 구조를 전면 고도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최근 도입한 쇼핑 에이전트를 시작으로 로컬(지도·플레이스), 금융, 헬스 등 버티컬 AI 에이전트를 순차 도입하고, 광고는 AD부스트 등 AI 솔루션을 고도화해 외부 매체와 옥외광고 영역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핀테크에서는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금융·투자 기능을 고도화하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 추진을 바탕으로 디지털 자산까지 아우르는 금융 플랫폼 확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커머스는 배송 경쟁력 강화와 멤버십 혜택 확대를, 글로벌 사업은 웹툰 엔터테인먼트 지분 투자와 신규 디지털 코믹스 플랫폼 협업을, B2B(기업간 거래)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 AI·클라우드·GPUaaS·디지털트윈을 앞세운 공공·금융·해외 시장 공략을 각각 제시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AI와 커머스를 중심으로 성장 기반을 다졌다면, 올해는 AI 에이전트를 전면화해 광고·커머스·금융·콘텐츠 등 주요 사업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기대보다 우려가 나왔다. 주주들은 실적 개선과 배당 확대에도 주가 반등이 지지부진한 점을 거론하며, 투자 확대가 실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이사회 이사들의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이 함께 상정된 만큼, 주주환원보다 경영진 보상 논의가 앞서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날 네이버는 이사 보수 한도를 기존 8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주총의 핵심 안건은 김희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사내이사 선임이었다. CFO가 네이버 본사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은 2016년 황인준 전 CFO 퇴임 이후 약 10년 만이다. 네이버는 AI 투자 확대와 글로벌 사업 확장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무 전략과 이사회 의사결정의 연계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김 CFO의 이사회 합류를 단순 인사 차원을 넘어선 신호로 해석한다. 네이버가 올해 피지컬 AI, 웹3 등 신사업 영역에서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향후 커질 수 있는 재무 부담과 투자 리스크를 이사회 차원에서 직접 관리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AI와 신사업 투자 속도를 높이는 국면에서 CFO를 이사회에 앉히는 것은 재무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기업결합 추진도 큰 과제다. 향후 주주 소통과 가치 방어 역시 경영진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재편에 나설수록,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성과를 동시에 내놔야 한다는 주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희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심민관 기자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김희철 CFO는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AI 시대는 과거와 달리 훨씬 광범위한 영역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시장의 관심이 쏠린 두나무와의 기업 융합 건은 여러 방안을 놓고 내부 논의 중이며, 잘 진행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