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을 가늠하는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의 2026 회계연도 2분기(작년 12월~올해 2월)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가운데 메모리뿐만 아니라 부활 조짐을 보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도 기대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에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 눈높이가 높아지는 중이다.
23일 주요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실적 전망 보고서를 종합하면 앞서 메모리 반도체로만 올해 16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기존 전망이 지속적으로 상향되고 있다.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지난해부터 수주해 온 굵직한 계약건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되면서 메모리, 파운드리의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영업적자 전망치를 종전 2조8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축소했다. 대신증권도 지난달 비메모리 사업 분야의 성적표를 3조2940억원 영업적자에서 이달엔 2조9780억원 영업적자로 내렸고, DS증권은 3조6440억원 영업적자에서 2조7080억원 영업적자로 낮췄다. 흑자전환 시점에 대해서는 국내외 투자은행과 증권사들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을 35조~40조원으로 추산하며, SK하이닉스를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은 50조원 이상, 연간으로는 영업이익이 220조~2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은 그간의 부진을 씻어내고 전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6세대 HBM(HBM4)의 엔비디아, AMD 납품을 공식화한 바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 고성능 제품군에 탑재되는 HBM의 경우 삼성전자의 독식이 유력하다.
여기에 파운드리 업황 개선과 수주 확대 등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메모리의 경우 공급 부족 장기화가 예상된 상황에서, 파운드리 역시 가격 인상 등의 효과로 수익성이 호전될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도 시장 흐름에 맞춰 수주 기반뿐 아니라 수익성 강화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는 모든 노드에서 위탁생산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TSMC는 올해 5나노 이하 모든 노드의 파운드리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문량이 예상돼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삼성 역시 작년 첨단 공정 파운드리 서비스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고 설명했다. TSMC는 10% 안팎의 가격 인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퀄컴에 이어 최근 엔비디아에 대한 파운드리 수주도 공식화하는 등 대형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방한해 HBM뿐 아니라 파운드리 협업을 논의한 점도 실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드포인트리서치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는 삼성 파운드리의 AI 칩 생산 역량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주요 AI 고객 확보를 통한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며 "점유율 반등의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수년간 삼성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 가동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AI 반도체 시장 내 입지 확대를 견인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