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들어 확산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종말론'을 거듭 반박했다. 그는 최근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6'에서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잠식할 것이란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서비스형 소프트웨어+종말)' 우려에 대해 "완전히 틀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AI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개발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픈AI 대항마'로 불리는 AI 기업 앤트로픽이 올해 1월 출시한 AI 에이전트 '클로드 코워크'가 기존 구독형 소프트웨어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란 우려가 '소프트웨어 종말론'에 불을 지폈고,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지금까지도 연초 대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에도 황 CEO는 이를 두고 "비논리적인 주장"이라며 "개인이 업무에 사용하는 AI 에이전트가 늘면서 소프트웨어 도구 사용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건재할 것이라고 보는 황 CEO의 시각은 엔비디아의 AI 생태계 확장 전략에서도 드러난다. 엔비디아는 이달 16일(현지시각)부터 19일까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에서 주요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기업들과의 협력을 발표했다. 지멘스, 어도비, 다쏘시스템, 케이던스, 시스코, 세일즈포스, 팔란티어, 레드헷, 크라우드스크라이크, 아틀라시안 등 20개가 넘는 기업들이 엔비디아와의 동맹을 발표, 엔비디아 생태계에 합류했다.
황 CEO는 "피지컬 AI와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설계, 엔지니어링, 제조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창조하는 새로운 산업 혁명이 시작됐다"라며 "엔비디아는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 클라우드 업체,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구성된 글로벌 생태계를 하나로 묶어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를 지원하는 풀스택 가속 컴퓨팅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략의 중심에는 엔비디아가 밀어붙이고 있는 'AI 팩토리' 구상이 있다. 엔비디아는 더 이상 그래픽처리장치(GPU)만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AI 특화 데이터센터인 'AI 팩토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AI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지난해에 이어 'GTC 2026'에서도 제시했다.
엔비디아가 정의하는 AI 팩토리는 지능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데이터 수집부터 학습, 정제, 추론까지 AI 생애주기를 통합 관리하는 특수 컴퓨팅 인프라다. 전통적인 공장에서 원자재를 투입해 완제품을 만들듯, AI 팩토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능을 대량 생산한다. 여기서 지능은 단순 정보가 아니라 '고객 이탈 가능성 예측' '광고를 어디에 얼마나 집행할지' '대출 승인 여부' '설비 고장 시점 예측' '신약 후보 물질 탐색' 등 기업이 의사결정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황 CEO의 목표는 이처럼 지능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AI 팩토리 시스템을 기업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 칩부터 네트워크, 스토리지, AI 모델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 풀스택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와 최근 선보인 AI 에이전트 구동에 특화된 개방형 AI 모델 '네모트론3 슈퍼' 등이 대표적이다.
소프트웨어는 AI 팩토리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황 CEO는 AI 팩토리는 에너지(전력), AI 칩(GPU·CPU), 인프라(데이터센터·네트워크·스토리지), AI 모델, 애플리케이션 등 5개 층(five layer cake)으로 이뤄졌다. 엔비디아는 각 층의 성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은 자사 버추얼 트윈(virtual twin·가상 공간에 만든 현실과 동일한 쌍둥이 모델) 기술을 엔비디아의 GPU 기반 가속 컴퓨팅에 접목했는데, 이는 앞으로 건설될 AI 팩토리의 시뮬레이션과 운영, 설계에 사용될 예정이다. 레드햇은 대규모 AI 도입을 추진하는 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AI 플랫폼인 '레드햇 AI 팩토리 위드 엔비디아'를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했고,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엔비디아의 AI 에이전트 아키텍처에 자사의 '팔콘' 보안 솔루션을 내장하기로 했다.
황 CEO는 그동안 거대언어모델(LLM) 중심의 AI 모델 경쟁이 초기 AI 붐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각종 AI 모델과 AI 에이전트,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AI 기반 산업 시스템을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봤다. 결국 AI 시대에도 소프트웨어는 사라지지 않고 AI 인프라와 결합해 사용이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